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러시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다.

이제 러시아에서 핀란드(헬싱키)로 이동할 예정인데, 오후 3시 반 기차여서 오전에는 어제 못갔던 바실리 섬에 가보기로 했다.

그나 저나, 원래 매일 아침마다 호스텔에서 투박한 사과 파이를 구워주웠는데

오늘은 한 눈에 봐도 감자전 같이 생긴 음식이 나왔다.

마지막 사과 파이를 먹을거라고 기대했는데................ㅜㅠ 아쉽....


원래는 일찍 출발해서 넉넉하게 구경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구 그렇게 여유부리다가

점심 때 마말리가에서 K와 J를 만나려고 했는데

핀란드에서 묵게 될 에어비앤비에 살짝 문제가 생겨서 끙끙거리고,

또 갑자기 K가 나랑 같이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기다리면서 많이 지체가 되었다.



오늘도 바실리섬까지 못갈꺼 같은...이 기분은 뭐지.............(-_-)






호스텔 앞을 가로지르는 모이카 강의 빨간 다리 (красный мост)



그리고 성 이삭 성당 가는 길의 파란 다리 (синий мост)





이번 주 내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날씨가 좋구나 :)

처음 왔을때 6일 내내 주구장창 흐리다고 해서 속상했었는데

후반부부터는 계속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기억이 더 맑고 상쾌하게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분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너는 바람의 도심임이 틀림없다. 





궁전다리를 건너며 보는 에르미타주와 네바강의 풍경. 유람선도 지나가고 :)



에르미타주도 이제는 마지막이구나.




끝내 바실리섬까지는 가지 못하고....(ㅠㅠ) 비르제바야 광장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혼자라면 끝까지 갔겠지만, 일행이 있다보니 어쩔 수가 없네.




비르제바야 광장에는 이렇게 작은 뜰이 있었다. 여러번 왔다갔다 했는데 처음 알았당




비르제바야 광장의 돌턱에 앉아 다 쓰지 못한 메가폰 유심칩의 데이터를  열심히 낭비하는 중




심자가를 꽂고 있는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




에르미타주 앞에서 인증샷을 도대체 몇 번을 찍는거냐...




아틀라스 발을 붙잡고 소원을 빕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음..사실 기억이 안남.

(다리가 길게 나온건 사진빨 각도빨이어요.)




마말리가 가는 길의 카잔 성당 풍경






쨍하고 뜨거운 날씨를 만끽하며 바실리섬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제한 상 아쉽게도 비르제바야 광장까지만 가고 바로 코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거기에 뭐가 있는 건 아닌데, 몇번이나 가보려고 했다가 끝끝내 못가봐서 아쉬움이 남았나보다. 

여행기를 쓸 때마다 생각이 난다.



항상, 여행하면서 깨닫는 단순한 진리이지만

어떤 기회들은 그 순간을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갈 수 있을 때 꼭 잡아야 한다.

어쩌면, 두 번이나 마음먹었는데도 가지 못했던 건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내가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올 일이 있을까?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지만, 지금 내 앞의 미래는 너무나도 단조롭고 뻔해서 

이대로 시간만 훌쩍훌쩍 지나가버릴 것만 같다.



점심은, 첫 날 점심을 먹으러 왔었던 카잔 성당 뒷편의 마말리가에 다시 왔다.

이제 남은 러시아 화폐(루블)도 다 써버리고 가버려야짓! 

(마말리가는 긴자프로젝트 레스토랑 중 하나로 가격대가 살짝 높음)

그런 마음으로 소고기 샥슈카를 시켜보았습니다. 헤헤헤

그리고 참고로 마말리가에서 물은 시키지 마세요. 목마르면 차라리 음료수를 시키세요.

이쁘고 작은 유리병에 담긴 물을 주는데 겁나게 비쌈.....(ㅜㅠ)




직원이 능숙하게 꼬치에 꽂혀진 고기를 샤샤샥. (살짝 얼어있는 내 표정)



러시아에서 먹은 마지막 오찬. 샥슈카!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남아있는 모든 러시아 화폐로 핀란드에 가져가서 먹을 요거트, 과일, 물 등등을 샀다. 

장보는 물가는 러시아가 갑(甲). 정말 저렴저렴하게 사재낄수 있다.





무려 6일동안 머물렀던 소울호스텔에 돌아가 맡겨높은 캐리어를 찾아

마지막으로 얀덱스 택시앱으로 핀란드역으로 데려다 줄 택시를 불렀다.

3시 반 기차시간에 넉넉하지는 않아도 대충 딱 맞게 도착할 것 같았는데

가다보니 길도 조금 막히고 네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는 공사현장이 나왔다. (@.@)a



젊은 택시운전기사는 기차 시간이 몇시냐고 물어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네비게이션을 무시하고 골목골목을 달리고 불법유턴을 해가며

우리를 헬싱키 역에 넉넉하게 데려다 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남은 동전까지 다 털어 택시기사에게 팁까지 얹어주었다는...

(동전이 쓸 데 없어서 그런거 아니다...)



참고로 헬싱키역이 레닌스퀘어 지하철 역이랑 맞붙어 있어서

잘못 들어가면 완전 엉뚱한 역에서 헤멜 수 있으니 지도를 잘 확인하고 

(우리는 식료품까지 욱여넣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잘못 들어갔음..ㅠㅠ)

이렇게 저렇게 헤멜 것을 생각하면서 

항상 기차나 비행기 시간은 여유롭게 맞춰가는 소심함  필요하다!



헬싱키 역에 들어가면 여권과 탑승표만 확인하고 바로 기차에 탈 수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헬싱키 중앙역까지 가는 고속기차 이름은 알레그로.

기차를 타고서 3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러시아 국경일까 궁금하지만

원래 당이라는게 하나의 판덩어리이듯이

열차는 아무런 표식 없이 그렇게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 출국 심사관들이 돌아다니며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더니

곧이어 핀란드 입국 심사관들이 커다란 개를 끌고다니며 입국심사를 한다.

그리고 그 때 하나의 판덩어리고 뭐시고 간에 나라가 달라졌다는 것을 단박에 알았다.

러시아에서 10일 동안 본 적이 없는 금발의 꽃미남들인 것이다!!!!!!!



이렇게 10일간의 러시아 여행은 아쉬워질법하다가 핀란드 꽃미남들의 환영(?)과 함께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이제 가이드북도, 아무 계획도 없는 3일간의 헬싱키 여행으로 넘어갑니다. 


러시아.

나의 13년간의 소원이었고, 버킷리스트였던 여행.

딱딱하고 차가울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을 모조리 깨주었던 아름다운 문화의 나라, 러시아.

모두들 걱정했지만 아무런 사건 사고없이 잘 마무리해서 더 좋았어.




굿바이, 러시아 :)

пока(빠까)! Россия(로씨야) 



뒤돌아 있는 핀란드 입국심사관이 너무 잘생겨서 두근두근하는 짤로 인사드려요. 

안뇽!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 자유여행 #러시아 여름 #여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맛집 #마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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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모스크바 역 근처 갤러리아 백화점의 바클라잔에서 저녁을 먹고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백조의 호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오후 한나절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K와 J는 에르미타주 박물관(본관)을 관람하기 위해 들어가고

언제든, 맑은 날의 산책과 박물관 중에 고르라면 무조건 야외 산책인 나이기에 

(10년 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2시간을 채 못보고 뛰쳐나왔다.)


나는 혼자 남은 오후를 발길이 닿는대로 마음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며칠 전 스치듯이 지나갔던 토끼섬 너머로 가보겠다는 계획을 짜면서.

시작은 일단 궁전광장에서부터!





확실히 아침보다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도시는 바람의 도시였다.어찌나 바람이 많이 부는지 이리 저리 휘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정신이...ㅠㅠ




겨울궁전 못지 않게 화려한 구 참모본부 빌딩. 




날씨가 정말로 쨍하고 뜨겁다. 

토끼섬이나 바실리섬에 가려는 목표를 세우고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여러 풍경에 마음을 뺴앗겨 자꾸만 목적지와 멀어진다. 

햇살을 좇아 걷다가 날 보았던 피의 구원 사원을 만났다. 

우중충한 하늘과 쏟아지는 비 아래서 만났던 피의 구원 사원은 어딘가 모르게 음침해보이기까지 했는데

햇살 아래의 피의 구원 사원은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만큼은 아니지만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깔로 나름 그만의 밝고 경쾌한 매력이 느껴진다. 



작은 다리 너머의 피의 구원 사원. 심지어 로맨틱해보여.................





참고로 가이드북에서는 넵스키대로에서 바라볼 때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써 있었는데

주관적인 경험으로는, 넵스키대로에서 그리보에도바 운하를 끼고 보는 모습은 썩 이쁘지 않다.

작은 운하 양 옆으로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고 피의 구원 사원이 반쯤 가려져 있어서

사진을 찍어도 피의 구원 사원에 시선이 가지 않고 심지어 주변의 빡빡한 풍경 때문에

사진이 전반적으로 지저분해보이는 느낌.



오히려 위의 사진 처럼

피의 구원 사원의 입구에서 길 하나 건너(넵스키대로의 맞은편)에서 작은 아치모양의 다리와 함께 보는 것이 

피의 구원 사원이 훨씬 집중되면서 이쁘게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이 스팟에서 웨딩촬영도 하고 있었다!!

웨딩 사진 찍는 곳은 일단 이쁜 곳이 확실하다!!




피의 구원 사원을 배경으로 웨딩촬여을 하고 있던 신혼부부. 날씨가 맑아서 다행이에요. 축하해용 ♡






첫 날 축축한 풍경과 달리 쨍한 햇살 아래 (이름과 다르게) 사랑스러운 피의 구원 사원의 풍경 :-)

오래 있어서 다행이다. 짧게 있었으면 이 모습은 영원히 보지 못할 뻔 봤으니까.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정교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피의 구원 사원

그 화려함과 정교함 때문에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사원의 분위기.





피의 구원 사원 앞 가판대에 늘어선 마뜨료시카 인형들. 너희들도 햇빛을 낭낭하게 받았구나.





원래는 피의 구원 사원을 지나 바로 토끼섬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나는 여름정원 옆의 마르스 광장의 정원을 지나다가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앉아버렸고, 

나는 목적지도 잊어버린 채 그냥 그 곳에 그렇게 눌러앉아버리고 말았다. 




인스타그램에나 올릴법한 사진도 찍어보고욤...




피의 구원 사원 근처는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한 발자국 떨어진 이 곳엔 

햇살을 즐기러 나온 가족과 연인, 그리고 나같은 방랑객만이

한가로이 오후를 즐긴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또 밀어오는 

이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도시는 빛에 잠겼다가 어둠에 가렸다가를 셀 수 없이 반복한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도시를 다 덮고도 남을 크고 두꺼운 구름이 무심히도 밀려온다.

그래도 괜찮다. 

또 바람에 사라져 갈 것을 아니까.


항상 밝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을,

또 항상 흐리지만도 않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또 아주 천천히 이뤄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또 곧잘 잊어버리는 평범한 인생의 진리를

이 도시가 나에게 온 하늘의 해와 구름과 비람과 빗방울로 알려준다.


- 2016. 8. 9. Travel note in Saint Petersburg, Russia 



마음을 빼앗긴 풍경. 넓은 잔디밭과 푸른 하늘, 그리고 그 너머에 동그랗게 솟은 피의 구원 사원



비록 바실리 섬은 포기해야 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행복했던 시간. 






끝내 토끼섬, 그리고 바실리 섬에는 가지 못했다.

사실 마르스 광장에 자리를 펴고 앉을 때

이미 포기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내일 오전에 가지 뭐.......(과연......)



K와 J를 만나러 다시 에르미타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대문을 지나 들어오니 겨울궁전 안쪽에 작은 안뜰이 있는데

분수도 퐁퐁 솟고 꽃도 피어있고 참 예쁘구나. :)



참 이쁜 풍경. 




머리 위에 후광이 번쩍번쩍.



관람을 마치고 난 K와 J와 만나, 다시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갤러리아 백화점의 바클라잔에서 저녁을 먹었다.

박물관이 어땠냐고 물어보았더니, 작품은 아주 좋았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집중해서 보기가 어려웠다고....ㅜㅠ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엄청 많다..........ㅜㅠ

아침에 조깅할 때도 보면, 성이삭 성당 근처에 관광버스들이 어마무시하게 쏟아내고

에르미타주 뒷편에도 깃발 든 중국인 관광객무리로 정신이 없다.....ㅜㅠ



어쨌든, 운이 좋게도 우리는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시티투어버스 막차를 타고

옐리시예프 상점 맞은편에 있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 내렸다.

이로써 오늘 시티투어버스는 티켓 1번으로 총 번을 이용했으니 아깝지는 않았다!



그제, 마린스키에서 본 발레 <백조의 호수>에 너무나도 감명 받은 나머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래 머무르는 김에 다른 발레 공연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기간에 공연되는 발레는 <백조의 호수>밖에 없었다....ㅜㅠ

마린스키 극장에서 다시 볼까 하다가, 이왕이면 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하는 발레 <백조의 호수>를 예매했다.

(좌석은 가장 싼 4층의 Side 좌석으로)





붉은색과 금색 톤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공연의 구성과 결말은 마린스키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나같은 발레를 잘 모르는 관람객 입장에서 보았을 때

마린스키에서 보았던 발레가 훨씬 더 수준있었고 코스튬이나 무대연출이 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알렉산드린스키에서 공연한 팀의 발레 실력이 전반적으로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팀보다 약한 것 같았고, 

코스튬도 너무 색조합을 화려하고 칼라풀하게 한 바람에 어린이용 발레 공연 같은 유치한 느낌.

심지어 4층에서 내려다보니 오케스트라가 한 눈에 보였는데, 

몇몇 연주자가 중간 중간 핸드폰을 하는 모습이 보여주어서 더 실망스러웠다.

(물론 자기 파트가 아니었지만서도 프로페셔널이라면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그냥 마린스키에서의 그 청초하고 처연한 느낌의 아름다운 모습만 머릿속에 남겨두었으면 좋았을텐데

약간 조악한 공연 관람으로 처음 보았던 마린스키의 공연까지 덧칠되는 것 같아 아쉬울 지경이었다.

다른 공연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백조의 호수>는 마린스키 극장에서 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




이렇게, 아침부터 조깅과 시티투어버스와 홀로 하는 산책과 발레 공연관람까지 빡센 일정을 끝내고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쉽게도 흘려보낸다. 

이제 내일이면 러시아와도 작별이다.

생각보다 할게 없는 것 같았는데, 어느 새 6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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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침 조깅하며 만끽했는데, 오늘 날씨 정말 쾌청하고 맑다!

사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던 아침과 가끔씩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어줬던 것 빼고는

거의 4일 내내 흐린 날씨였기 때문에 이렇게 구름 걱정없이 맑은 날이 얼마나 소듕한지!

(라고 했지만 이 맑은 와중에 때때로 소나기가 내렸다....이제는 그러려니....)



사실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벌써 6일째. 왠만큼 봐야 할 것들은 다 본 상태에서 

나는 여행하면서 정말 처음으로 시티투어버스(Hop on hop off)를 타기로 했다!

사실, 버스를 타기 전에는 

시티투어버스는 시간 없는 관광객들이 유명 관광지만 빨리 훑어보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타보고 나니, 단순히 유명 관광지까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기만 하는게 아니라

각 유명한 장소에 대한 역사나 특장점 등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그 장소를 파악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왜 이제 타봤지? 라는 생각도 ...)



시티투어버스는 정해진 정류장(관광지)마다 서는데,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정해진 (원하는) 곳에서 내렸다가 탔다가 무한 반복할 수 있으니까 

이동이 많은 날, 아침 일찍 표를 사서 끝날때까지 사용하는게 좋다. 

(우리도 아침에 사서, 멀리 저녁먹으러 가고 올때까지 알차가 사용했다. YAY!)





빨간색 루트가 시티투어버스의 노선






니콜라이 1세 기념비 (Памятник Николаю I)


우리는 버스노선의 시작점인 성 이삭 성당의 티켓박스에서 버스표를 사서 2층 버스위의 제일 뒷자석에 앉았다. (일명 일진 자리)

출발하기 전에 이어폰을 나누어주는데 버스 옆 벽면에 있는 연결잭에 꽂은 다음에 한국어로 맞추니 설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에르미타주도 그렇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잘 되어 있어서 관광하기 참 좋구만!


버스는 성 이삭 성당에서 출발하여, 바로 그 앞에 있는 니콜라이 1세 기념비를 끼고 한 바퀴 돌았다.

이 기마상 기념비는 특이하게도 말이 앞발굽을 모두 들고 있고 뒷발굽으로만 동생을 지탱하고 있는데 

이렇게 말 앞다리를 들고 있는 형태의 동상이 무게중심 문제 때문에 제작하기가 보통 어려운게 아니라고 한다.

그 설명을 듣고나서 보니 정말 얇은 두 다리로만 말과 니꼴라이 동상까지 멋지게 균형을 잡고 있는게 대단해보였다.







카잔성당 (Казанский кафедральный собор)


버스는 넵스키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버스의 오른편에 첫 날 꾸리꾸리한 날씨 뒤에서 왔었던 카잔 성당.

날도 흐리고 추적추적 비도 내리고 관광객도 많아서 그 위용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맑고 깨끗한 하늘 아래 마치 팔을 내밀어 품은 듯한 성당의 자태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못지 않다.


2층 버스를 타고 좋은 점 또 하나는 사람들에게 전혀 가리지 않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 카잔 성당 앞도 관광객으로 아주 많이 붐비는데, 아예 2층에서 찍어버리니 피사체에 집중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거 :D




(▼ 카잔 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스타벅스 ▼ (클릭) 

[16 모스크바_쎄뻬베СПБ] - (10) 상트페테르부르크 - 피의 구원 사원, 옐리시예프 상점)







옐리시예프 상점 (Магазин Купцов Елисеевых)


이번엔 넵스키대로의 왼편에 첫날 왔었던 옐리시예프 상점도 보인다. (사진에서 오른쪽 건물)






넵스키대로 (Невский пр.)


에르미타주(겨울궁전)가 있는 궁전광장에서부터, (모스크바에서 오는 기차가 도착하는) 모스크바 역의 보스따니야 광장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4km길이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최대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넵스키 대로.

이 대로의 양 옆으로 대부분 18~20세기초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있다. 



다만,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길을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이 많아서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너구리 굴을 걷는 듯 목이 케케함을 느낄 수 있으니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오래 걷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ㅜㅠ 








보스따니야 광장 (площадь Восстания)과 오벨리스크


드디어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하는) 모스크바 역이 있는 보스따니야 광장의 로터리까지 버스가 도착했다. 

보스따니야 광장 한 가운데에는 높이 36m의 화강암과 그 끝에 황금별이 달려 있는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 있고,

그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빌딩들이 광장을 둘러 싸고 있다. 

모스크바 기차역, 보스타니야 광장 지하철역, 호텔 옥타브리스까야까지.

버스는 이 역사적인 건물들이 가득한 로터리에서 방향을 틀어 다시 넵스키 대로를 되돌아 간다.









오디오 가이드가 설명해 준 것 중 흥미로운 것이, 

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물들은 한 건물이지만 창문의 크기가 층마다 다른데

(당연히 그렇겠지만) 잘 사는 사람들은 커다랗고 화려한 창문이 있는 곳에 살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서 다시 건물들을 보니, 건물들마다 제각각 크기가 다른 창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호라!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







아틀라스 동상


에르미타주(겨울궁전) 바로 옆 별관 중 하나인 신(新) 에르미타주 입구에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아틀라스 조각상들이 있다.

오디오에서 설명하기를, 각 동상마다 각자 의미하는 것(예를 들면 건강, 행운, 사랑 등등)이 있어서

그 동상의 발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준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헤헤 그래서 우리는 내일 와서 소원을 빌기로 했다.

(그런데 여행 갔다온지 반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효험따위 없는 듯..)






확실히 아침에 비해 사람이 많아진 궁전광장. 건물도 엄청 큰데 구름은 하늘을 다 덮을듯이 거대하다.





에르미타주 (겨울궁전)과 마주보고 있는 구 참모본부 건물.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전차 동상과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의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노란빛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와 파아란 네바강 






이렇게 버스는 모든 루트를 끝내고 다시 우리를 처음 시작점이었던 성 이삭 성당에서 내려주었다. 

이미 가 본 곳도 있었고, 처음 가보는 곳도 있었지만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보는 것과 또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보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ㄱ-) 

그 도시의 역사적 배경이나 건물의 특징들을 들으며 다니니 여행도 훠얼씬 알찬 느낌!

가격이 좀 비싼 감이 없잖아 있지만, 

우리는 저녁에 모스크바 역 근처에 있는 바클라잔까지 갈 때 왕복으로 한 번 더 써먹으면서 뽕을 뽑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어느 새 점심 시간.

다음일정까지 시간이 넉넉치 않았던 우리는

구 참모본부빌딩 (General Staff Building)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미 한 번 와봤던터라, 이미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는데

건물에 들어올 때 짐 검사를 한 번 하기는 하지만 빌딩 입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표가 있어야 하는 줄 알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았다...ㅠㅠ)

※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미술관 입장티켓을 사지 않아도

내부에 있는 카페와 깨끗한 무료 화장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 ※

카페 내부는 안으로 아주 널찍해서 사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아도 몰래 앉아 있어도 될 정도.

메뉴는 커피와 주스, 다양한 샌드위치와 디저트 파이 등등 다양한데,



딱 한 가지.


여기 주문 받고 계산하던 키 엄청 큰 금발머리 남자 종업원이 엄청 싸가지가 없다!!!

여행다니면서 이토록 싸가지가 없는 녀석은 처음 보았다!!!!


원래 싸가지가 없는건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건지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그 동안 러시아를 10일 가까이 여행하면서

츤츤하기는 해도 싸가지 없는 녀석은 못보았는데, 아아주 싸가지가 없었다.




하지만, 생생한 연어가 올라간 샌드위치가 맛있었으니까, 

맛집으로 인정해주도록 하겠어...........(...)

참고로, 반 지하로 되어 있어서 창가에 앉으면 창문 너머로 겨울궁전이 한 눈에 보인다.

뷰도 좋으니까 참고 봐주도록 하겠어.........(...)



만약 내가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

그리고 무언가를 봐야한다는 압박감 없이 느긋한 하루를 즐기고 싶다면

나는 여기 겨울궁전이 내다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다.

물론 그 때 싸가지 없는 종업원은 없길 바래...







연어가 탱탱해서 용서한다.


#러시아 #러시아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맛집 #에르미타주 맛집 #러시아 자유여행 #여름 러시아 #러시아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상트페테르 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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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등장했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숙소 앞 풍경 ♡




여행하면서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 곳에서 여유로운 아침 조깅을 하는 것 :)

다들 맛집을 찾거나 미술관을 찾는데 조깅이라니, 조금 특이한가? ㅎㅎ


이것도 나름 제약이 많은데, 일단 너무 관광지 같은 도시면 조깅할 만한 장소가 없고

머무르는 기간이 너무 짧으면 조깅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관광의 핵심 장소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사실 조깅을 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일단 작은 모이카 강이 있기 때문에 강을 따라 한 번 뛰었고,

마침 어제 성 이삭 성당의 전망대에 올라갔을 때, 

그냥 걸어다녔을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을 봐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항상 사과파이가 구워지기도 전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곤 했고

K와 J는 아침 느긋하게 곤히 자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고맙게도 아침에 혼자 마음놓고 조깅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황금첨탑이 빛나는 구 해구성 건물. 아침이라 분수는 쉬고 있어요.




분수에 비친 구 해군성의 건물.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에서 상큼한 아침 산책을 ♬





평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날씨는 정말이지 너무 화창하고 맑은데

공원의 가로수길 사이로 말간 햇살이 비추고

나처럼 조깅하러 나온 사람 두세명의 사람 빼고는 관광객들도 없고 너무 상쾌하다. 정말!


신나는 마음으로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뛰고서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긴 아까워서 바로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옆에 있는

에르미타주 겨울궁전으로 걸어가 보았다.



WOW !!!

아무도 업쒀!!!!!!!!!!!!!!!!!!!!!




텅텅 빈 궁전 광장





낮에도 와보았고 밤에도 와보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의 No.1 같은 곳이라 항상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리는데

이 아침에 왔더니 사람이 정말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없었고,

오롯이 아침 햇살아래 빛나는 겨울 궁전이 당당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사실 나도 관광객이고 주로 도시를 여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많은 사람들 속에서, 관광객이라는 프레임에서 그 도시를 만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그 도시, 그 건물, 그 광장을 홀로 여유롭게 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아침 조깅을 할 때, 바로 그런 장면들을 마주친다.



경적소리가 지워진,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사라진, 

그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서

내 마음이 내키는대로, 하고 싶은만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들여다보고, 훑어볼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게 지금 바로 이 순간.

에르미타주를, 궁전광장을 나 혼자 독차지했다. ♡





혼자서 궁전 과장을 이리 걷고, 저리 가로지르며 만끽하다 이제 돌아갑니다. 





바꾼 방에서 보이던 풍경 >.<




가볍게 한 바퀴 조깅을 하고, 겨울궁전도 독차지했다가 숙소에 돌아오니

갓 구워진 사과파이의 향긋한 향기가 퍼지고, 사람들도 하나 둘 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장실이 딸려있는 트리플 룸을 쓰다가 어제부터 화장실은 없지만 복층으로 되어 있는 트리플 룸으로 바꿨는데

으앙..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모이카 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뷰가 있는 방이었다.

공용화장실을 써야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화장실이 가깝고 깨끗한데다가

새로 바꾼 방이 화장실이 없는 만큼 훨씬 더 넓고 쾌적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역시, 러시아 넘버원, 아니지 전세계 넘버원 호스텔답다. 쏘울키친호스텔 ('0')=b





침대에 누워서 뎅구루르르르


#러시아 #러시아 여행 #러시아 자유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겨울궁전 #궁전광장

#여름 러시아 #러시아 여름 #상뜨뻬쩨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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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막상 아침에 일어나니 

아주 쾌청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구름도 물러가고 나름 상쾌한 듯한 날씨다.

나는 근질거리는 몸을 견디지 못하고 핸드폰과 이어폰을 챙겨서 운동화를 신고 

조심스럽게 이른 아침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도심 속으로 걸어나왔다. 


맑게 개어가는 하늘을 보고 모이키 강을 따라 가볍게 구 시가지를 뛰고서는

선선한 아침 바람에 취해 숙소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순식간에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금세 쏴아 - 하고 퍼붓기 시작했다. 


이 낯선 도시에서 비를 맞으며 뛰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으면서도

우연히 만난 비가 마치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 같아 바보처럼 실실 웃음이 났다.

서울에서 출근하는 길에 이렇게 비를 쫄딱 맞았다면 짜증부터 났을 텐데

이런 웃음이 나는 것도 여행이 선물하는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







비에 쫄딱 맞고 돌아오니, 갓 구워진 사과 파이가 날 기다리고 있었당 ♡ 





비가 쏟아지고 잠시 개인 맑은 하늘. 빨간 씨티투어 버스와 노란 택시.









에르미타주에 들어가면 중간에 식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호스텔에서 추천해 준 BONCH 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오, 내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는 높은 천장의 인테리어에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였고

젊은 써버들은 친절하고 또 영어가 유창해서 주문하는데 어려울 것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카페라떼를 머그잔에 담아준다!!!

그 동안 손잡이 없는 유리잔에 담아 빨대를 꽂아주는 방식에 황당했었는데

드디어 머그잔에 라떼를 담아주는 카페를 찾아쒀!







호밀빵에 속을 가득채운 닭가슴살 샌드위치. 맛도 분위기도 좋은 카페 Bonch. 




오랜만에 멀쩡한(?) 라떼를 마셔서 기분이 좋은 나.




Bonch의 마스코트인 불곰 캐릭터. 따라해보려다......(...)











드디어 구 참모본부 건물의 커다란 아치 사이로 알렉산드로프 전승 기념비가 보이고, 

그 너머에 겨울궁전이라 불리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모습을 보였다. 

며칠 있으면서 알게 된 건데,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날씨가 정말 변덕스러워서 

거의 1시간 단위로 비가 내리다가 그치다가 맑았다가 구름끼다가를 반복한다.

하루에도 12번은 날씨가 바뀌는 것 같은 느낌.

분명 호스텔에서 출발할 때는 아침 소나기에 맑게 갠 느낌이었는데, 밥 먹고 나왔더니 찌뿌둥한 날씨가 되어 있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중 하나로 손꼽히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Эрмитаж : The State Hermitage Museum) 박물관. 

정식 명칭은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겨울궁전이라고 불리는 바로크 스타일의 기품있는 궁전인 본관과 

구 참모본부 빌딩을 포함한 4개의 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 나무위키 에르미타주 박물관

(https://namu.wiki/w/%EC%97%90%EB%A5%B4%EB%AF%B8%ED%83%80%EC%A3%BC%20%EB%B0%95%EB%AC%BC%EA%B4%80)





프랑스어로 '은둔지'라는 뜻의 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1764년 예까쩨리나 2세가 겨울 궁전 옆에 

작은 에르미타주(Малый Эрмитаж)와 구 에르미타주(Старый Эрмитаж)라는 별관을 건설하고

그 곳에 본인이 수집한 예술작품들을 소장한 것이 그 기원이라고 한다. 

원래는 예까쩨리나 2세 전용 미술관이었다가 19세기 말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고 하는데

이 곳에는 총 1,012,657점의 미술작품과, 1,124,919점의 화폐기념품과 771,897점의 고고학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및 에르미타주 박물관 홈페이지 참고)








겨울궁전이라고 불리는 본관에는 박물관답게 1,020여 개의 방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빈슨 등의 명화와

이집트, 그리스 의 고고학 유물 같은 전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 4개의 별관 중 겨울궁전과 마주보고 있는 구(舊)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에는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 같은 근현대 미술작가의 미술작품들이 3층과 4층에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어짜피, 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짧은 시간동안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본관이나 별관을 선택해서 보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박물관 울렁증이 있는 나는 겨울궁전의 본관 대신 구(舊)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의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이미 인터넷에 에르미타주 박물관 표 구입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긴~ 줄을 서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i) 인터넷으로 사거나, ii) 본관의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하거나, iii) 구 참모본부 빌딩(General Staff Building)에서 사는 것.




구(舊) 참모본부 빌딩에 들어갈 때 우선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면 되는데

본관과 별관 4개를 모두 들어갈 수 있는 통합권이 600루블, 

본관과 구 참모본부 빌딩을 제외한 별관 중 1개를 들어가는 티켓이 300루블이다.



어짜피 오늘 본관에 가지 않을 것이지만, 통합권 말고는 선택권이 없으므로 일단 통합권을 샀다.

그리고서 티켓 오피스 바로 뒤에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는 원형모양의 데스크가 있는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다. (♡)

조금 쌀쌀맞아 보이는 나이 지긋한 러시아 할머니가 오디오 대여를 해주었는데, 

처음엔 쌀쌀맞게 굴더니 러시아어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했더니

또 츤데레처럼 우리를 불러다가 작동법을 츤츤하게 알려주었다. 



약간 나이가 있는 러시아 사람들 특유의 츤츤함이 있지만

특별히 불친절하다고 느낀 적은 한 두 번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츤츤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시크하게 잘 도와준다.  :)





겉보기와 달리 굉장히 모던한 참모본부 빌딩 내부 




ЕТАЖ 가 귀여워서 찍어봤음.




겨울궁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경관은, 그 반대쪽에 있는 참모본부의 실내에서였다. 





구 참모본부에 있는 미술관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있는데, 

4층에 보통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어 할 만한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바로 4층부터 집중공략.

오디오 가이드를 켜니, 익숙한 김성주 전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배우 손숙씨의 목소리가 번갈아 나온다.

모든 작품을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주요 작품에 오디오 해설이 있으니

가이드가 없어도,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그 그림과 화가와 배경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어 좋다.

특히, 김성주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듣는 해설은 목소리가 귀에 콕콕 박혀서 더 잘 들어오는 듯.

에르미타주에 가시는 분이라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꼭 추천 ('_')=b




 


칸딘스키의 1913년 작. 추상화로 완전히 넘어간 뒤의 그림. (에르미타주 박물관) 




칸딘스키의 1909년 작. Winter Landscape. 




좋은 작품들과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덕분에 나같은 미술 문외한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미술관 4층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을 둘러보던 가운데 정말 운명같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

바로 추상화가 칸딘스키의 1909년 작품인 ≪ Winter Landscape 




사실 그림을 먼저 보고 후에 제목을 읽었다가 망치로 한 방 맞은 듯 멍하게 서 있었다.

제목이 겨울풍경이라는데 그림은 한 없이 따사롭고 포근하다.

분명 풍경 그 자체는 겨울 풍경이 맞는데, 

겨울 풍경을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서늘하도록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니.

겨울은 당연히 하얗고 차가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작품 하나가 나의 고정관념을 단박에 깨뜨려버렸다.




미술관에서 관람을 하면서, 이렇게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 하나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 하나로 나는 오늘 이 에르미타주에 온 값어치를 다 한 느낌이다.  :)





마티스의 1910년 작. 춤(II) @ Hermitage Museum in Saint-Petersburg.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었던 작품은, 

야수파 화가인 마티스의 ≪춤 (The Dance, 1910)≫ 이었다.

이 그림은 러시아 미술 컬렉터가 직접 주문해서 만들어진 벽화라고 하는데 

파란색, 초록색, 그리고 붉은 피부의 3가지 색과 단순한 스케치가 전부인 것 같아 보이는 이 그림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이 작품을 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눈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예전 LG전자의 광고에도 쓰였던 이 작품은, 

뉴욕의 MOMA 미술관에 이 작품을 그리기 1년 전인 1909년, 

이 작품의 초안으로 그려진 또 다른 ≪ 춤 (The Dance, 1909)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08년 뉴욕에서 처음 이 작품을 보고, 8년이 지나서 러시아에서 이 연작을 만나게 되다니, 

두 작품은 비슷한듯 하지만 러시아에 있는 작품이 훨씬 그 색감이 강렬하고 동작이나 신체표현이 역동적이었다. 







마티스의 1909년 작. 춤I  @ MOMA in NYC





뮤직과 댄스 중에서 댄스와 함께 기념사진 :)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인상적인 문양의 등. 





4층부터 3층까지는 미술 작품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둘러보고, 

2층부터 1층까지는 옛 러시아의 전투복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빠르게 훑으며 내려왔다.



근래에 미술관 관람하고 이렇게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는데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여러 좋은 작품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몰입해서 즐겁게 관람했다.

그리고 관람을 마치고서는 1층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나는 마음에 들어했던 칸딘스키의 Winter Landscape 카피 기념품을 내게 주는 선물로 사주었다. 

집에 돌아가면 이쁜 액자에 넣어서 방에 걸어두고, 

이 그림을 처음 마주쳤던 그 따뜻한 느낌과, 겨울 풍경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었던 그 느낌을

잊지 않고 이 그림을 보면서 항상 기억해야지.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만나는 기쁨, 

한 눈에 반하는 작품을 마주친 기쁨,

무미건조한 일상에 나만의 애정하는 것이 생겼다는 기쁨.



이 모든 것을 에르미타주가 내게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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