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2.12.11 겨울 관악
  2. 2011.05.01 자하연의 두번째 봄
  3. 2011.03.15 조금
  4. 2011.02.20 봄이 오는 것 같아.
  5. 2011.01.23 절차법 재미있게 공부하기 2
  6. 2011.01.16 내 생에 특별한 일주일
  7. 2010.12.23 Missing Autumn in Seoul National Univ.
  8. 2010.09.23 학교산책 2
  9. 2010.09.20 법오 top15
  10. 2010.09.16 a fine day

겨울 관악

■ 삶 2012. 12. 11. 20:06








이렇게 나의 3년간의 로스쿨 정규학기는
모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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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요즘 오락가락 하는 날씨 중에 정말 화창하고 맑았던 봄날,
수업 끝나고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발길을 돌려
따뜻한 아쌈밀크티를 하나 들고 자하연으로 올라갔다.

이제는 제법 꽃잎이 많이 져버려 만개한 자하연 벚꽃은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호수에 덜어진 수많은 벚꽃잎들이 물에 반짝거려 정말 환상적이었다.


도란도란 얘기하고 있던 학부생들. 청춘이다. 정말.

햇살에 반짝이는 벚꽃잎들, 햇살도 반짝, 물도 반짝, 꽃잎도 반짝.

분홍 꽃신 ㅎ

자하연

자하연.

무지개가 떴습니다. :)

스물다섯, 봄. 계절도- 나도 -




윤경언니와 자하연을 마주하고 앉아
등뒤로 느껴지는 따뜻한 햇살과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을 즐기면서
그렇게 도란도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우리가 작년 여름, 여기에서 아포가토를 먹으면서 나눴던 얘기들
정말이지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의 우리들 얘기,
어느새 우리가 이곳을 '우리'학교라고 할만큼 심정적으로 많이 정 들었다는 얘기,
그리고 적응하느라 벅차지도 않고, 시험준비하느라 조급하지도 않은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2학년인 것 같아서 좋다는 얘기.


좋았다. 정말.
봄이 왔다는 것도,
이제는 여유를 즐길 마음이 된 것도,
행복하고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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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 삶 2011. 3. 15. 16:53





아직 황량하긴 하지만 하얀 의자에 비치는 햇살들이 따뜻하게 느껴지던,
유난히 한적했던 개강 첫주 주말 오후.

봄이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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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것 같아.

■ 삶 2011. 2. 20. 19:44

저기 저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느끼는 햇살이 따사로웠다.




도서관이 텅텅 비었다. 어제처럼.
사법고시의 'ㅅ'도 모르던 내가 어제가 사법고시 1차 시험일이라고 하루종일 친구생각을 하는거 보니 
나도 어느새 이 법공부하는 동네에 조금 짬밥이 생겼나보다.



오늘, 햇살이 참 좋더라.
오전에 국제상사중재대회 결승을 보고 윤경언니와 자바시티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번에 새로 나온 3기 새터집을 같이 읽는데
머리 위로, 등뒤로 떨어지는 햇살이 참 따듯. 했다.
바람이 찰 법도 했는데 하늘은 쾌청하고 머리카락을 흩틀는 바람은 상쾌했다.

1년 전, 이 날도 이만큼 따듯했던가.
오늘 3기들이 새터를 간걸보니 아마 1년 전 이 날도 우리 새터였던 것 같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그 즈음이었겠지.
그 때 나는 정말 멋모르고, 그래서 용감하고 생기발랄하고 그랬던 것 같다.
1년 전인데도 기억이 까마득...하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참 만이 변했다.
아마 밴쿠버 가기 전의 나와, 밴쿠버에 다녀온 후의 나만큼.


고등학교, 대학교 초년생일때만 해도
나는 봄보다 여름이 좋고, 여름보단 가을이 좋았는데
작년, 그리고 올해 겨울이 너무 추워서인지 어서 봄이 왔으면....하고 기다리고 있다.
작년만큼 나는 생기발랄하지도, 아무것도 몰라서 무대뽀로 용감하지도 않고
모든 게 새롭고 낯설던 이 곳 공부, 이 곳 분위기, 이 곳 문화에도 다 익숙해져버려서
이젠 새로울 것도 없고 똑같이 반복될 생활을 잘 견디는 일만 남았지만


그러니까 어서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햇살이라도 따듯하고 바람이라도 노곤하다면
한결 .
지금 조금 지치고 웅크려있는 내 마음도 편안해질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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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형사소송법전 ♡ 민소법전도 있다.




다음 주에 다시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번 과목은 형사. 더 정확하게는 형사소송법.
아직 형사소송법을 안배웠기 때문에, 민사와 형사 사이의 일주일 사이에 형사소송법을 혼자 예습했다.

이재상 형사소송법 책을 혼자 읽고 있는데, 처음엔 너무 따분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앞에서 민법3를 공부하고 있는 송가에게 재미없다고 했더니 "절차법이잖아 ㅜ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 확실히 실체법보다 절차법이 따분하고 재미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따분한 과목을 꿋꿋이 공부하다가, 문득 교과서 안에 내용이 다 써있다는 이유로 (더 정확하게는 귀찮아서)
 법전 한 번 안펴보는 나를 발견했다.
교과서나 수험서로 공부하다보니 자꾸만 법전을 안들쳐보게 되던데
연수원에서 교수님들이 항상 무엇보다도 법전을 가까이하고 법전을 꼼꼼히 읽어보라고 하셨던 말씀들이 생각났다.
게다가 이건 절차법인데 법전 한 번 안펴보고 책만 읽는건 공부하나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시험용 법전은 한문때문에 거부감이 많이 들고, 그러다보니 자꾸만 안 읽게 되고 악순환의 반복인지라
작년 프리세션 때 사뒀던 한글 법전중에 형사소송법만 뜯어서 얇은 나만의 형사소송법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교과서를 읽다가 법조문 표시가 있으면 무조건 그 부분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제일 재미있었던 증거법 부분 조문들




사실 지금까지 나는 법전보는 버릇을 못들였다.
법전이 무섭(?)기도 하고 왠지 성스럽게(?)느껴지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재미도 없고...(...)
민사소송법을 공부할땐 좀 뒤척뒤척 들여다 보았는데,
형사소송법을 공부하기까지 이렇게 법전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뜯어본적이 없었다.

이번에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책 내용에 법조문 표시가 있으면 무조건 그 부분 조항을 찾아가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렇게 책 내용과 법조문을 번갈아가면서 공부하다보니, 책을 읽는 속도는 무한으로 늘어났지만 (;;;;_
그렇게 따분하고 재미없던 소송법교과서가 마치 법전 설명서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조문안에서 주체와 대상과 효과를 나눠서 보게 되고
한 조문 안에서 각 항마다 비교하면서 그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게 되었다.

그동안은 조문을 읽어도 그냥 스윽 무슨 내용인지 훑어보는 그런 정도였는데
이렇게 법조문을 하나하나 뜯어가면서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법조문들이 그물망처럼 짜임새있게 짜여져있고, 조문과 조문이 서로 연결되면서 조건이 되고 효과가 되고
마치 보물지도의 힌트들을 찾아가는 그런 재미!


요로케요로케 책 읽고 법전한번 찾아보고, 법조문 구절을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재미있게 공부한 김에 복습까지 했다면 좋았을테지만
오전, 저녁으로 운전학원이랑 핫요가 다니느라고 그날그날 배운걸 복습까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일주일동안 형사소송법 법전을 꼼꼼히 뜯어서 읽어보면서 교과서도 한 번 읽었고,
무엇보다도 법전 포비아를 물리쳤다는 게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왜 연수원 교수님들이, 법전 하나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하셨는지, 그 말이 깊이 와닿기도 했고. 

어느새 새로운 과목의 법서를 혼자 읽는 것에도 겁내지 않고,
하루에 수십~백페이지씩 혼자 읽어나가는 것도 이젠 부담도 안되는 걸 보니
그래도 1년 간 법학공부에 매달린 효과가 이렇게 나오는구나 싶다.
조금씩 속도와 자신감이 붙어가는 것 같다. 좋다.

내일 공판절차까지 읽으면 형사소송법 1회독하고 연수원 들어간다.
이렇게 혼자 독학한 형사소송법을 연수원에서 어떻게 단단히 다지고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아, 결론!
절차법을 재미있게 공부하려면 -
교과서를 읽으면서 그 내용을 한 번 이해하고 그 조문을 찾아가서 읽으면서 그 법조문의 내용과 구조를 이해하면 된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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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일주일은 신종플루 때문에 정말 집에만 꼭 갇혀있었고,
그 다음 일주일은 나의 애증의 도시, 일산- 그것도 사법연수원에서 보냈다.

나 잘아는 친구들은 "일산 트라우마"라고 할 정도로 -
내게 일산은 정말이지 이런 저런 기억과 나의 개인적인 느낌들이 뒤섞인,
서울 다음으로 잘 알면서도 모르고 싶은-
좋아하고 싶지만 좋아할 수 없었던 그런 -, 그런.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일주일간의 연수원 생활, 더 정확히 말하면 일산에서의 생활이 어떨지 차마 상상조차 해볼 수 없었다.


일주일이 아주 짧은 것도 같았는데
낯선 환경에서의 일주일은 정말 하루하루가 길고도 빠듯하게 지나간 것 같다.
연수원 시간표처럼 아침 10시부터 강의가 시작하고, 12시에 점심먹고, 1시 반부터 오후 강의를 듣고-
그리고 3시 10분부터는 기록작성이나 주어진 문제 풀이를 하고 - 그렇게 일주일을 꽉 채워보냈다.


노을이 지는 기숙사 복도

붉은 빛으로 가득한 복도는 몽환적이었다.



낯선 환경이기도 했고, '사법연수원'이라는 이름자체에서 오는 무게감때문인지, 첫날 둘째날은 조금 긴장해있었던 것 같다.
처음 받아보는 22페이지 짜리 기록도 머리가 지끈거렸고, 첫째나 받았던 숙제가 가장 난감하고 어려워서였는지
첫날 들어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자체드롭해버린 1학년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담임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우리들이 낯선 곳에서 어색하고 긴장할까봐 다독여주시고
생각보다 연수원교수님들께서 많이 신경써주셔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사실 입소하기 전에는 도대체 연수원에서 왜 우리를 불러다 가르쳐주려는 건지,
연수원 교수님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대해주실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편으로, 나는 당당하게 새로 만들어진 제도를 선택한 것인데
왜 기존의 제도권 사람들에게 바짝 경계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하얗게 얼어버린 호수공원,

복작복작한 점심시간,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곤 혼자 호수공원에서 햇살을 즐겼다.



그동안 - 일산에서만큼은 난 항상 손님이었다.
내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난 일산에 갔었고, 항상 안내를 받았고, 마중과 배웅을 받았다.
그렇게 많이 오가면서 항상 나도 일산에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 바로 여기 사람이길 바랐던 적이 있었다. 어릴때. 5년전 쯤에.
그래서 여름밤에 편한 차림으로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근처 호수공원의 호숫가에 걸터앉아,
여름 밤 호수바람을 맞으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친한 친구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는
손 흔들고 헤어져서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밤 하늘에 뜬 별을 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꿈을 꿨다.


목요일 점심 땐, 학교 사람들과의 복작복작한 점심시간을 피해
카페라떼 한잔과 샌드위치를 사들고는 혼자 호수공원에 갔다.
5년 만에 마주하는 호수공원, 항상 누군가의 인도로 찾아왔던 여기, 이제는 나 혼자 나만의 여유를 즐기러 오게 되다니.
호수는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햇볕이 바로 드는 계단에 걸터앉아서, 하얀 들판같은 호수공원 풍경을 보면서
커피를 한 모금, 샌드위치를 한 입, 커피를 한 모금.

좋았다.
짧았지만- 그 짧은 순간 평온하고, 행복했다.

..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제법 두꺼운 기록을 보는 것도 겁먹지 않게 되었고
아무도 가르쳐준 적이 없지만 내 힘으로 소장도 써보고,
오후에 나오는 숙제도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만, 그 모든걸 손으로 써서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은 있었지만 말이다.

알고보니, 오직 우리 반만 수기로 개인과제를 써서 냈다고 한다.
어쩐지, 다른 반 애들은 저녁마다 놀러나가고 영화관가고 술마시러 가는게 이상했는데
우리반만 죽어라고 손으로 숙제를 하고 있었다니.
거기다가 6명으로 맞춰준 우리 팀원중에 4명이나 중도이탈을 해버려서, 팀숙제까지 두명이 맡게 되서
정말, 월화수목 내내 밤늦도록 숙제만 했다.
원래 계획은 연수원들어가서도 민 3부분 예습하는게 목표였는데, 숙제가 좀 짧았던 수요일 하루 빼곤
매일 밤을 숙제하다가 다 보냈다. 그래도 임대차와 채권자대위의 쟁점이 되는 모든 판례를 내 손으로 찾아 써봤으니
제대로 공부는 되었겠지.


궁극의 수기 13장의 채권자대위 숙제. 제출할때 복사본이라도 만들어두고 싶었다.



또 하나, 연수원에 있어서 좋았던 점은 - 기숙사생활이 큰 부분을 차지 했다.
자취에 목말라있는 내게 집에서 떨어져 나와 기숙사 생활을 하는건 오랜만에 느끼는 정신적자유랄까.
게다가 룸메이트가 하루만 하고는 서울로 돌아가버려서 남은 연수원 생활을 모두 혼자 했는데
정적이 감도는 방안에서 혼자 사각사각 공부하는 느낌도 좋았고, 어쨌든 나만의 자치 공간을 갖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물론 지금도 내 방은 내 자치공간이지만, 엄마가 들락날락 하는 것도-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도 나는 참 별로다. )


뿌연 하늘의 금요일 아침



연수원에 있었던 일주일은 날씨가 계속 화창했는데, 단 하루 금요일만 날씨가 좀 흐렸다.
그 13장의 수기로 작성한 개인과제와 아침 일찍 일어나 완성한 팀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
따뜻한 물에 씻고선 또 하루를 준비하려 방에 들어왔는데 조용한 아침 풍경이 참 좋았다.
침대 위에 올려놓은 아이폰에서는 maroon 5의 just a feeling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블라인드 사이로 뿌연 아침하늘과 그래도 붉게 타오르는 아침해가 보였고
가습기의 뿌연 수증기가 그 햇살을 가려 왠지 모르게 그 순간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그냥 그런 순간들이 좋았던 것 같다.
조용하고, 세상에 나밖에 없는 느낌. 내가 느끼는게 전부인 그런 느낌-


사법연수원 본관 1층의 사진전



사법연수원 본관 1층 '미네르바'라는 전시장에는 연수원 사진콘테스의 수상작과 출품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잠시 짬을 내서 둘러보았는데 좋은 사진들이 많았다.
연수원생들이 이 사진을 이 곳에 걸게되는 자격을 얻게되기까지 정말 자기의 감수성들을 죽여가면서 공부해왔을텐데도
그 와중에도 이렇게 자기 감성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사람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작품 하나, 하나 - 누가 찍었는지, 무얼 찍은 건지 천천히 - 그리고 지그시 감상했다.

나도 - 아무리 공부에 치이고 지치더라도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내 눈을 잃지 말아야지.



민사 수업을 위해 가져갔던 교과서들.



마지막 숙제는 그 전 과제들에 비하면 간단했다. 지금까지 배운 요건사실론을 총 평가할 수 있는 빈칸채우기 문제들이었는데
요건사실에 맞춰서 청구 주장을 하거나, 판결서의 빈 부분을 채워넣는 그런 간단한 숙제였다.
처음으로 6시 안에 완성해서 제출하고는,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들과 수고했다며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고,
그리고 거기서도 끝까지 남은 사람들과 가볍게 맥주를 하며 오랜만에 수다를 떨곤 기숙사로 돌아왔다.

연수원측에서 2주일뒤에 있을 형사프로그램 사이의 1주일동안 기숙사를 연장해서 사용하게 해주었지만
운전면허 도로주행교습과 시험이 남아있는 나는, 눈물을 머금고 1주일간은 서울에서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정이 넘어서 기숙사로 돌아와서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방에 들어섰지만
나는 하나도 외롭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이제는 이렇게 아무도 없는 깜깜한 내 방에 들어가는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나를 더 아쉽게 만들었다. 여기서 밤새도록 숙제를 하는 것도,
아침에 눈뜨면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슬며서 미소짓는 것도,
다들 서울로 못돌아가서 안달이었는데, 유독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았다.


오늘, 아니 어제 아침. 해가 떴다.

이상하게도 저렇게 블라인드를 거쳐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참 좋더라.



다 좋았지만, 단 하나 불편했던 건
기숙사에서도 강의실에서도 인터넷이 안된다는 거......21세기, 그것도 2011년에 인터넷이 안되는 곳이 있다니.
덕분에 나는 판례도 죄다 아이폰으로 찾았고, 일주일 동안 미니홈피가 네이트고 외부 세상과 거의 격리되어 있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사실 공부할때 검색하기가 어려운 거 말고는 인터넷이 안되서 오히려 좋았다. (....)

그리고 왠만한 여행하며 쪽잠자는데는 도가 터서
잠자리 바뀌는 것 때문에 잠을 못자지는 않는데
이상하게도 이번 일주일동안은 정말 꿈파티를 벌일정도였다.
꿈에서 내가 아는 로스쿨 사람들이 거의 다 출현했던 것 같고,
그래서 나는 항상 피곤했다. ..........(....)



어쨌든, 마지막으로 이원교수님(♥)의 강평강의를 듣고, 감사의 박수를 치고
1주일 동안의 사법연수원의 민사 프로그램이 그렇게 끝이 났다.

수업은 수업대로 알찼고 ,
개인적으로도 1학년때 공부한 민법과, 미리 예습해놓은 민법부분을 총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도 학교 수업때문에 민법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져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민법에 대한 애정폭발의 기폭제가 되었달까.
법학이라는 학문자체에 대한 애정과 흥미, 재미도 덩달아 솟구쳤다.
그리고, 애증의 일산도 - 이젠 내게 누군가의 기억들이 휘저어 놓을 일 없는 "나의 - 애정의 일산"이 되었고.
게다가,
오랜만에 새로운 환경에 있어서였는지 마치 여행을 하고 온것처럼 refresh되고 현실과 분리된 그런 딴 세상에 있었던 그런 기분.



정말이지,
즐겁고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이젠 조금- 조금은 덜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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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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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내내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사진을 이제서야 인화했다.
언제부턴가 무광인화를 해주는 곳이 없어지더니, 3*5싸이즈도 없어지고, 급기야는 필름인화를 안해주는 곳까지 있어서
이젠 정말 필름사진은 포기해야하는건가....싶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관악구청 앞에 있는 사진관에서는 3*5싸이즈도, 무광인화도 된다고 했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걸로 기억되는 올해 가을,
갑갑할 때마다 - 카메라를 들고 나가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래봤자 맨날 가는 코스지만) 사진을 찍었다.
공부가 힘들었고, 도서관이 갑갑했지만
가끔 이렇게 카메라를 들고 나가 학교 이 곳 저 곳을 찍을 때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아름다운 곳을 찾아 헤메고 싶었지만
마음껏 그럴 수 없는 내 처지가 속상하고 아쉬웠지만.

필름스캔을 했어야 했는데- , 아님 인화한 사진을 스캔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아이폰으로 다시 찍었다. 어짜피 인화한 원본은 내 사진첩에 꽂힐 테니.



정확히 무슨 날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 내 필름이 간직한 2010년 - 서울대캠퍼스의 가을들.





추석연휴 첫날이었던가, 아주 화창했던 날 - 대운동장 위 벤치에 앉아서 나름 여유를 만끽했다.


아주 초 가을, 자하연둘레길, 유난히 먼저 빨갚게 물들었던 나무잎.빨간잎과 초록빛의 보색대비가 아름다웠다.

추석, 폭우가 쏟아진 그 다음날. 혼자 301동까지 걸어올라갔다가 만난 노을 -

집으로 돌아가는 어느 밤 -

아마, 어느 주말 낮이었던 것 같다. 오후에 학교로 들어가던 길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던 15동 뒤. 한적했던 어느 주말.

법대 야외 게시판 아래 코스모스. 그리고 자전거. 이것도 어느 일요일 낮.

막 노란 단풍이 들어가던 중도 앞. 중도앞 단풍은 조금 이르게 물들고 그리고 아주 이르게 아스라히 사라졌다.

노을빛 아래 강아지풀. 대운동장을 내려다보는 언덕. (개인적으로 이번 필름 베스트샷 ♡)

가을축제하던 날, 형법과 행정법 사이. 학관으로 블루베리 요거트를 먹으러 가다가 잠깐 공연 구경 :)

항상 저 자리에 서있던 자전거, 항상 저 자리에 서있는 정의의 종, 항상 그 곳에 서있지만 계절마다 달라지는 목련나무



All pictures taken by Pentax Me Super  with film Agfa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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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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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산책

■ 삶 2010. 9. 23. 14:22



연휴 첫날엔 물폭탄이, 추석당일엔 구름폭탄이더니 연휴 마지막 날은 그 피날레로 햇살폭탄이구나.

그제 어제 비가 내려서인지 아니면 이제 정말 가을인건지
오늘 유난히 하늘이 맑디 맑은 쾌청한 하늘색이야.
정말이지 이런 날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구나
남들 다 노는 연휴에 참고 공부하는 것보다 (사실 이건 하나도 어렵지 않다...)
내겐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꽉 막힌 도서관에 앉아있는게 훨씬 고역인 것만 같아.


그래서 오늘은 점심시간에 잠깐 학교산책 :)


하늘의 구름이 마치 그림같다. :)




언젠가 대운동장 위의 벤치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는데
오늘 날씨도 좋구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냉큼 벤치에 앉았다.
사과 하나 오독오독 씹어먹으면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도 구경하고
풀숲을 흔드는 바람에 상쾌함도 느끼고
대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사람들과 간간이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도 들으면서
이 좋은 가을의 순간들을 가만히 즐기는 기분 -


가을은 가을이구나 - 봄여름가을- 벌써.





벤치 사이로 작은 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무엇보다도 오늘 Mesuper를 들고나와서 오랜만에 필름을 감고, 포커스를 맞추고 조리개를 조이면서
찰칵-

필름카메라만이 들려줄 수 있는 경쾌한 미러업소리에 괜시리 기분까지 경쾌해진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이 기분.

지난 학기엔 사물함에 k-x 를 넣어두고 간간이 학교 안에서 들고다니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학교안에 셔터를 누르게 하는 것들도 없고
무엇보다 난 영 데세랄의 셔터누르는 느낌이 참 별로라.....
찰칵! 하고 떨어지는 미러업소리가 없어서인가 -
k-x를 잡고 있을 땐, 미슈퍼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포커스를 맞추며 느껴지는 짜릿한 기분이 없다






Anyway,
오늘 감은 이 필름- 이번 가을 가기전에는 다 찍어낼 수 있겠지-
다만 후생관의 사진관도 문을 닫고 이사온 우리 동네에는 사진관이 없던것 같던데
이제 필름을 어디다 맡겨서 뽑아야 할지 그게 조금 걱정 -



그래도 좋다
조금씩 가을에 다가갈수록
학교안이 울긋불긋 물들어갈테고
한동안 찰칵 - 소리에 기분 좋을 날들이 더 많이 찾아올테니까 :)


(...그나저나 왜 법대 무선인터넷이 안되는건데 ...블로그를 아이폰으로 포스팅하긴 힘들어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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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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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오 top15

■ 삶 2010. 9. 20. 07:43



오전 07시 21분 32초.
정확하게 내가 학부/대학원 통틀어서 top15 -_-V (아, 물론 성적순이 아니지 말입니다.)
이 시간에 창가쪽 칸막이가 텅텅 비어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른시간이기는 하구나. (마음놓고 타이핑 하는 중)
 비가 그쳤는지 아침 새소리가 들린다.
조금 궂은 날씨지만 -
- 상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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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ine day

■ 삶 2010. 9. 16. 23:04




오늘 날씨 참 좋더라
살짝 늦게 등교했는데도 칸막이가텅텅 비어있는걸보고
오늘이 학부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란게 생각났다.
법대애들에겐 이 졸업사진 찍는 날이 거의 축제급이라더니
정말 법오에서 후즐근하게 하고 다니던 애들이 양복에 머리까지 세우고는
하루종일 사진을 찍어대더라...;;

쨌든, 형법과 행정법 사이 공강시간에
희은이랑 잠시 광합성을 하러 자하연에 놀러나갔다가
중도로 책빌리러 가는 두리오빠 발견,
"정두리이~ 정두리이~" 하고 불러서는
자벅에서 아이스크림 얻어먹기 쿄쿄


날씨도 좋고, 햇살도 좋고, 하늘도 프르고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나뭇잎도 푸르고-
이 학교는 참 찍을게 없다고 투덜투덜하면서
수다떠는 희으니랑 두리오빠 커플샷


아무리 스캔들을 밀어보려고 해도
왜왜왜 이 둘은 스캔들이 안나는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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