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1.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

셋째날. 니조조/오하라/후시미이나리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여행 3일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었더니

토요일 이른 아침 햇살이 차분이 스며드는 이 아담한 동네 풍경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는 한참을 햇살을 느끼며 이 아침풍경을 눈에 담고 카메라에도 담았다.

 

 

원래는 내가 구상했던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어제 저녁, 갑자기 엄마가 가이드북을 새벽내내 뒤적거리더니 내일 아침 일찍 니조조(니조성)를 가보고 싶다고 결단을 내리셨다.

 

 

 

어머.....니....조조요?


 

 

 

교토에서 기요미즈데라, 금각사, 은각사는 들어봤는데 니조조는...심히 낯선 이름인데.....

니조조(니조 성)는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 고쇼를 수호하고 교토 방문시 머물기 위한 숙소로 지은 성으로,

3대 쇼군 이에미츠가 후시미성의 건축 자재 등을 옮겨와 1626년에 완성하였다.

이 곳에서는 이에야스가 세운 에도시대의 건축물 과 이에미츠의 지시로 제작된 그림과 조 각등이 어우러져

모모야마 시대의 문화를 감상 할 수 있으으며,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단다.

엄마는 금각사, 은각사 이런 절 말고 궁전 같은 역사적인 건물이 더 보고 싶다 하셔서

마침 숙소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우리는 일정을 바꿔 아침 개장 시간에 맞춰 니조조로 향했다.

 

 

니조조의 상징인 화려한 금색의 카라몬 앞에서 부모님

 

 

 

 

사실, 니조조는 이 화려한 금색 장식의 카라몬(당문) 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부 건물은 사진촬영 불가임!)

워낙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아 이쁜 사진을 건지기가 정말 어렵다.

일단 부모님 찍어드리고, 줄 서서 기다리는 일본 수학여행 학생들을 계속 찍어주다 아침 땡볕에 살짝 짜증이 남...(ㅜㅠ)

나도 이쁜 사진 남기고 싶었는데 아빠가 아빠 손가락으로 렌즈를 가려서 저 커다란 문을 다 가려버렸.........(ㅜㅠ)

순간 막 짜증을 냈는데, 내가 지금 엄마아빠모시고 여행을 온건지 응석을 부리러 온건지 혼자 멘붕이 왔다.

정신차려 이 못난 녀석아  ㅜ.ㅜ

 

 

화려한데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일본스러운 멋이 묻어난다. 일본여행하면서 처음 본 장식.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셀카봉을 이용해서 끝끝내 저 대문이랑 사진을 찍었다....(..)

 

 

니조조의 저 커다랗고 화려한 문을 통과하면 니노마루 궁전 건물로 들어가게 되는데

'쇼인츠쿠리'라고 하는 무가풍 서원 건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6동의 건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형식으로 지어져 있다.

이 곳은 자객의 침입을 예방하기 위해서 밟을때마다 나무로 된 바닥에서 뾱뾱- 하고 새소리가 난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앞 사람을 따라 미로 같은 방을 뾱뾱거리면서 걸어가게 되는데

확실히 엄마 아빠는 역사적인 스토리가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굉장한 호기심을 보이며 꼼꼼히 둘러보셨다.

 

 

그리고 니노마루 궁전에서 나오면 니조조 성 안의 니노마루 정원 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화려한 정원은 아니지만 아담하면서도 굉장히 잘 가꾸어져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니조조 성 안의 아담한 정원들

 

 

니노마루 정원은 옛 정원 조성기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연못 중앙에 샘을 상징하는 돌과 그 좌우로 학과 거북이 모양의 돌을 배치한 '지천회유식' 정원이라고.

역시, 팜플렛이 자세히 설명해준다. (-_-)=b 

 

 

 

 

그리고 니조조도, 오사카의 천수각처럼 성벽과 수로로 둘러싸여져 있는데,

천수각 터에 오르면 혼마루 정원을 둘러싼 내호와 공개되지 않은 혼마루의 지붕 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너무 더워서 시작부터 지침 (..)

 

 

나갈 때는 이런 울창한 숲정원을 걸어 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교토 여행을 준비하면서 전혀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천수사나 금각사, 은각사보다 훨씬 더 인상깊고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에도시대 특유의 장식과 문양의 건물형식도 흥미롭고, 정원도 아기자기하고.

만약에 누군가 주위에서 교토를 간다고 하면 나는 은각사나 금각사보다도 니조조를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는 니조조에서 나와 교토역의 카츠쿠라에서 갓튀긴 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오하라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 뒷자리에 앉은 엄마와 아빠는 서로 머리를 기대고 노곤노곤 낮잠을 자고요.

한참, 산따라 물따라 버스가 달려서 드디어 우리는 오하라 마을 에 도착하였습니다.

 

 

오하라 마을의 상징같은 나무 인형

 

간식을 좋아하는 아빠덕분에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물고용

 

 

산젠인과 스님

 

 

 

오하라 마을에 내려 처음 간 곳은 이끼 정원이 있는 산젠인.

조용한 가운데 잠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그런 불당같은데,

동자승처럼 생긴 조각상들이 이끼 정원위에 누워있는 것 말고는 특히 인상적인게 없어서

여행기에서는 과감하게 pass!

 

 

산젠인에서 나와 간 곳은, 700년된 소나무와 액자정원이 있다는 호젠인 !

여기 일본은 이런 액자정원식 구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호젠인에 들어가면, 어제 오오코치산장처럼 녹차와 작은 주전부리 하나를 준비해준다.

그 녹차를 마시면서, 호젠인의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겨봅니다.

 

 

녹차와 (아마도) 양갱

 

 

700년된 소나무를 배경으로

 

 

 

액자정원을 바라보는 아버지. 콧대는 역시 아버지.

 

 

 

빨간 종이우산과 연녹색 잎의 보색대비가 참 아름답다. 보색의 대비를 아는 민족이다. 일본은.

 

 

 

그렇게 산젠인과 호센인까지 둘러보고서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후시미 이나리 신사 (여우 신사)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촬영장소로,  강렬한 주황색 토리이가 빽빽하게 터널을 이루고 있는 신사다. 

오하라 마을이 교토에서 1시간정도 북쪽으로 떨어져있는데,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교토 중심부에서 한 15분~20분 정도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이동거리가 은근 만만치 않았지만, 오늘이 여행 마지막이니 열심히 환승+짜증+환승해가면서

뉘엿뉘엿 해가 질 즈음에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 도착하였다.

 

 

살짝 해가 뉘엿 넘어가는 중.

 

 

천개의 붉은 토리이가 줄지어 있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

 

 

엄마 아빠도 마지막 기념 사진

 

 

 

 

저 천개의 토리이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갈 수도 있지만,

붉은 토리이의 오묘한 느낌은 충분히 만끽했기에 굳이 끝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날이 조금씩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 산속이라 모기가 많다!!!) 우리는 중간지점에서 돌아내려왔다.

 

 

다시 교토 시내로 돌아와 (아마도) 다카시야마 백화점 지하에서 각자 먹고 싶은 도시락을 하나씩 골라서

또 어제 걸었던 그 길을 타박타박 걸어 숙소까지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는 그 백화점에서 사온 도시락에 제일 맛있다고 했다....(...)

내가 그 동안 블로그를 뒤적거려가며 나름 맛집들을 찾아낸건데...........

그렇게, 엄마는 니조조와 백화점 도시락이 가장 맛있었다는 평을 내렸고

내가 다음부터는 어디 여행갈 때는 내가 맛집을 알아보나봐라!!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여름 가족여행 준비를 또 내가 하고 있을 뿐이고.. OTL

(여행사 Fee를 내가 받아야 한다며 이를 갈고 있음)

 

 

그렇게 짧은 3박 4일, 실제 관광은 2.5일의 부모님과 함께하는 교토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2016년 여름 여행기만 남았다. 야호 !  

그래서 이번 교토 여행의 결론은, 니조조 추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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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20.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

둘째날 오후. 교토  

 

 

 

 

스타벅스에서 오후의 햇살을 조금 흘려보낸 뒤 우리는 교토의 관광명소 제 1번 기요미즈데라 (청수사)로 향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유명한 것에 비해서 기요미즈데라 그 자체는 크게 볼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부모님 모시고 왔으니 아니 가볼 수가 없는 곳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단풍이 가득하고 라이트업을 하는 가을에 온다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한 번 와본 곳이라서 엄마랑 아빠 데리고 척척척 니넨자카와 산넨자카의 길을 따라 올라간다.


 

호칸지 야사카지 5층 목탑도 지나고요

 

 

기모노를 차려입은 일본 여인들. (일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게 함정, 하지만 옷차림이 상당히 고급지고 많이 갖춰 입은걸로 봐서 일본인인것 같다.)

 

 

 

기요미즈데라 가는 길은, 교토 제 1 관광명소 답게 관광객들로 정말 발디딜틈이 없다.

우리나라 경복궁 같은 느김!

 

그리고 기요미즈데라 내부 역시도 사람들로 어마어마했다.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아마도 일본 다른 지역에서 수학여행온 것 같은 어린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생각해보니 5월이 수학여행 시즌이구나!)

 

 

파란 하늘 아래 빨간 색이 인상적인 청수사 입구

 

 

기요미즈데라 들어가다가 잠깐 옆길로 새면 이런 멋진 뷰를 건질 수 있다.

 

 

기요미즈데라의 본당에선 저 멀리 교토시내가 슬쩍 내려다보인다.

 

 

본당에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 나무기둥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만 같은 본당이 또 한눈에 보인다.

 

 

건강, 학업, 연애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하는 오토와 폭포의 물줄기

 

 

 

 

작년에 혼자 왔을 땐, 오토와 폭포의 물(따위) 마시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부모님을 모시고 온 여행은 뭐랄까, 패키지 여행에서 하는 것 처럼

사람들이 하는건 다 해드려야 할 것 같은 그런 의무감이 들어서

긴 줄을 한참 서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물도 받아마셔 보았다.

문제는 무슨 물을 마셨는지 모른다는게 함정. (..)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아서 겨우겨우 기념 사진 한 장 남기고. 카메라는 그저 어깨에 걸치고 핸드폰으로만 찍었다.

인사동 분위기가 나는 산넨자카, 니넨자카에서 엄마랑 ♡

 

 

원래는, 기요미즈데라에서 내려가는 길에 니넨자카에서 후지나미 가게*의 당고를 맛보여드리겠다!!

나는 간식까지도 생각해온 딸이다!! 라는 것을 호언장담했는데

기요미즈데라 폐장시간인 6시가 살짝 넘어서 갔더니 이미 니넨자카의 상점들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관광지라서 조금 더 장사할 법도 한데 6시가 넘어가니 칼같이 문을 닫다니.....ㅜㅠ

그리하여 나는 부모님께 당고맛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쓸쓸히 니넨자카를 걸어내려와야 했다.

 

(* 후지나미 가게 : http://sollos.tistory.com/7-기요미즈데라-청수사)

 

 

기요미즈데라를 내려오니 노을이 지고 있네요.

 

 

어스름이 지니 더욱 운치있는 가모강과 그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우리는 기온거리를 지나, 아늑한 느낌이 나는 가온 강을 건너

블로그에서 봐두었던 장어덮밥 파는 가게 (이즈모야)를 찾아갔다.

나 원래 여행할때 음식을 잘 챙겨먹지도 않고, 그냥 내키는 대로 들어가서 먹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첫 해외여행이라 점심, 저녁 모두 일정에 맞춰 열심히 찾았다는 거.

 

 

장어덮밥과 정식류의 식사를 먹으면서 아침일찍부터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진 몸에 기력을 보충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맛집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부모님 모시고 식사시간에 헤메지 않고 뜨뜻한 밥을 대접해드렸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렇게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우리는 하루종일 걸었지만 숙소까지 버스로는 2정거장정도, 걸어서는 3~40분 거리길래

엄마랑 아빠랑 손잡고 가모강 뒷편의 복작이는 이자까야 골목들을 지나

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타꼬야끼도 사먹고 천천히 숙소까지 걸어올라왔다.

 

 

사실 아라시야마에 갔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고 기요미즈데라까지 걸어갔다 온 것 밖에 없는데

많이 걸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신줄을 놓지 못하고 구글맵을 계속 확인하며 부모님을 이끌고 다녀서인지

한 건 없는데 은근히 피곤하네. 

 

 

 

내일은 우리팀 과장님이 추천해주신 오하라 마을에 간다!

 

 

 

숙소가는 길에 또 두 분이 손잡고 저래 다정하게 서있음....혼자 온 저는 그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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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20.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두빛 교토 (2)

둘째날 오전. 치쿠린과 오오코치 산장

 

 

 

치쿠린 가는 기차역. 아담한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드디어 교토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삼일동안 에어비앤비에서 묵었는데,

다행히 에어비앤비를 처음 이용해보는 부모님도 만족해하시는 눈치였다.

집이 좀 작긴했지만 (일본집 특징인 듯하다) 사람 사는 동네에 있는 것도 좋았고.

특히, 아침해가 뜰 때 아담하고 작은 사람하는 동네에 햇빛이 비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어쨌든, 교토에서의 첫번째 여정은 바로 대나무 숲이 아름답다는 아라시야마의 치쿠린

부모님을 모시고 이틀동안 어딜 가야 부모님이 좋아하실까, 루트를 고민해봤는데

일단 자연환경을 좋아하실 것 같아서 ( +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아라시야마의 대나무 숲인 치쿠린으로 결정했다.  

아아 그동안 혼자 여행다니거나 친구랑 다닐때는 그렇게 루트나 식사같은 걸 고민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부모님이랑 다니려다보니 루트와 식사가 은근 신경이 많이 쓰였다.

효도 관광은 힘들엉...(..)

 

 

 

시원하게 쭈욱쭈욱 뻗어 올라간 대나무 숲!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주말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엄마 아빠와의 첫 여행에 조금 어색어색해하며 치쿠린에 도착해서 숲을 한바퀴 돌았다.

루트를 잘못잡은건지 원래 그런건지 생각보다 빨리 길이 끝나버렸고

사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어느 간판을 하나 보고는 여기에 가보자며 나와 아빠를 끌고 갔다.

엄마의 주도적 여행은 여기에서부터였나보다.

 

 

 

그곳은 바로 오오코치 산장 (大河内山荘)

난 가이드북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트립어드바이저 마크와 함께 Garden + Green Tea라는 표시를 엄마가 찾아낸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약간의 언덕길을 타고, 오오코치 산장으로 들어왔다.

 

 

이게 바로 오오코치 산장이다. 연푸른빛에 감싸여 싱그럽기 그지 없다.

 

 

사람도 없이 한적하여 엄마아빠가 너무나 좋아했다.

 

 

모자를 썼는데도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오코치 산장 입장료에는 정원관람료와 함께 녹차 한 잔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녹차를 마시는 곳은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시원한 대나무 숲이 펼쳐지는 그런 찻집이었다.

원래, 예전에 철학의 길에 있던 요지야카페에 가서 일본식 정원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여기 오오코치 산장에 찻집에 앉으니 굳이 거기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는 왠지 여기가 훨씬 좋은 것도 같다.

물론, 나는 요지야 카페도 좋았지만.

 

 

 

5월의 뜨거운 햇살을 시원하게 가려주는 나무그늘

 

 

 

엄마아빠가 사진을 엄청 잘 찍어주셨다..하..스릉해요

 

 

 

 

 

 

 

그리고 오오코치 산장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아라시야마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작은 누각도 나온다.

야트막한 산세들이 한국과 비슷해보이기도 하고,

가을에 오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은(이라고 쓰고 자기 표현이 강한 엄마는) 치쿠린보다도 이 오오코치 산장이 더욱 맘에 드셨던 것 같다. 

사람도 많지 않고 고즈넉하고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면서 풍경도 즐길 수 있어서.

아라시야마에 가는 사람에게 주저 없이 추천해줄 만한 곳임은 인정.

 

 

 

교토의 건강식, 오반자이

 

 

 

정오에 다가갈수록 햇살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한국도 5월답지 않게 폭염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여기 교토도 못지않게 건조하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우리는 아라시야마에서 다시 교토 시내로 나와 교토 건강식 백반인 오반자이 를 먹으러 갔다.

찾아간 곳은 마츠토미야 고토부키 이치에 (일알못은 이름이 너무 어려워 힘이 듭니다)

 

나름 부모님을 생각해서 오반자이를 점심메뉴로 골랐는데,

그리고 블로그를 뒤져서 나름 유명한 오반자이 가게를 골라서 꾸역꾸역 찾아갔는데

아무래도 부모님 입맛에는 영 심심했던 것 같다. (ㅜ.ㅠ)

치쿠린에 이어 또 실패한 느낌 (ㅜ.ㅠ)

분명 평가받는게 아닌데도 계속 눈치를 보게된다.

 

 

점심을 먹고서 간 곳은, 가모강이 내려다보이는 스타벅스 산조오하시 지점!

마침 햇살도 너무 뜨겁고 오전에 아라시야마까지 갔다와서 피곤하기도 해서

다같이 시원한 카페라떼 한 잔씩 시켜 그늘진 테라스 좌석에 앉아 뜨거운 점심시간의 햇살을 피했다.

 

 

 

이렇게 작지만 한적한 분위기의 가모강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시원하게 카페라떼 냠냠

 

 

뒤에 보이는 벽돌집이 스타벅스 산조오하시점!


 

 

역시, 날이 너무 더울땐 시원한 카페라떼가 최고야!!

햇살도 조금은 누그러졌고, 시원한 카페라떼로 기분도 Up되었으니 -

이제, 오사카의 천수각처럼 교토의 관광 제1번지, 기요미즈데라(청수사)로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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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교토

■ 삶/II. 삶 2016. 5. 21. 22:27



햇살, 바람,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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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료안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기온거리로 되돌아갔다.

주말에 쉬지를 못하고 오사카와 교토를 오가며 걸어다녔더니 피곤했나보다.

잠깐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어느 새 목적지 근처에까지 왔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니시키 시장' 에 있는 카츠쿠라.

회사 과장님이 돈까스가 맛있는 집이라고 추천해줘서 찾아왔다. 

약간 고급져보였는데, 어짜피 하루 종일 굶은터라 저녁 한 끼는 제대로 먹어야 하지 않나.

 

 

카츠쿠라

 

 

 

작은 히레까스 정식을 주문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히레까스

 

 

약간 저녁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왔던 터라, 나는 대기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아 피곤하고 허기진 배에

갓 튀겨져 나온 히레까스를 채웠다.

돈까스 종류뿐만 아니라 양도 고를 수 있었는데, 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교토에서 유명한 산죠오하시 스타벅스에 가려고 했지만 오사카로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니시키 시장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저녁도 먹었는데 굳이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오늘 여기 교토에서 해야만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현장연수를 함께 갔던 회사 동기가, 내가 오사카와 교토에 간다고 했더니

자신이 교토에서 사온 시티 텀플러와 그 안의 쿠폰을 주면서

꼭 교토에 가면 이 쿠폰으로 음료를 한 잔 마시라고 했다.

그래서 나, 하루종일 이 시티 텀블러를 들고 돌아다녔다.

 

 

 

교토 스타벅스에서 교토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라떼 인증샷.

 

 

비록 산죠오하시점에는 가지 못했지만,

씨티 텀블러를 내밀자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그리고 깍듯이 웃으며 건네주던 교토 스타벅스 스태프들의 서비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여행의 반이 지나갔다.

Full day로 3일. 총 4박 5일의 여행이.

 

항상 해외여행은 2주를 꼬박 채워서 해왔기에 3일은 짧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오사카에 도착한지 3일째만에, 나는 한국에서의 어두운 나의 기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국은 여전히 변함없이 움직이고 있을텐데,

시차도 나지 않는 2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나는 흠뻑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 곳의 낯섦보다도 익숙한 곳에서의 벗어남이 더 크게 와닿는 것도 같다.

변화가 필요한가보다.

그것이 직업을 바꾸는 것인지,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오사카 여행을 선뜻 결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혼자서 하루종일 무료하게 돌아다니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도, LA에서도 혼자 있는 그 하루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말도 안통하는 도시에서 혼자 5일이라니!

 

하지만 왜일까.

이번 여행은 전혀 외롭지 않다.

일본이어서?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중이어서?

아니면 이제는 혼자인게 익숙해져서?

 

여전히 스미마센과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빼면 할 줄 아는 말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리고 나는 노래조차 듣고 있지 않지만.

혼자 오가는 순간들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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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20. (3日)


 

날이 참 맑다.

창밖의 풍경이 한국인듯 일본인듯 하면서

일본 같다.

 

 

금각사는 교토에서도 약간 서북쪽에 동떨어져있다.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가야 한다.

창밖의 날씨는 화창하고, 버스에 타고 한참을 가려니 노곤노곤하니 졸립다.

한 30~40분을 갔을까, 교토의 관광지가 아니라 교토의 사람 사는 곳들을 지나

드디어 버스는 금각사(킨카쿠지) 앞에 멈춰섰다.

 

 

 

푸르른 금각사 입구 전경

 

 

 

금각사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 걸을 것도 없고 관광객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가면

호수 가운데서 금색으로 반짝이는 금각사를 만날 수 있다.

 

 

잔잔한 호수 위의 화려한 금각사

 

 

 

바람도 불지 않고 물결이 잔잔해서 모든 것들이 그대로 비친다.

 

 

 

멋드러진 소나무 사이의 금각사

 

 

 

부적같이 생긴 이 것은 금각사 입장권이다. 은각사 입장권도 비슷하다.

 

 

 

소나무 사이의 금각사. 개인적으로 소나무가 더 멋있는건 왜일까.

 

 

 

 

금각사와 함께 인증샷

 

이름부터 찬란한 금각사.

교토에서 청수사(기요미즈데라) 다음으로 금각사(긴카쿠지)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금으로 뒤덮인 절 하나를 보려고 관광객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비약일수도 있지만, 마치 봄 가을에 앞 등산객 꽁무니만 보고 쫓아가는 등산길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유명하다고 해서 오긴 왔지만, 남는 거라고는 엽서에 나올법한 이쁜 사진들 정도인걸 보면

내 여행의 취향도 점점 확고해지는 것 같다.

 

 

팥(?) 단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미식여행은 또 내 타입이 아니어서

여행하다보면 끼니를 대충 때우게 된다.

특히 해가 짧은 겨울엔 중간 중간 당만 보충하면서 이동하는데

대신 평소 다이어트하느라 참아야 하는 간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달까.

 

 

안녕, 두더쥐 친구?

 

 

금각사 다음 갈 곳은 '료안지'

역시나 에어비앤비 주인 Mark가 추천한 곳.

Mark의 취향도 한적하고 느긋하게 정취를 즐기는 편인 것 같아서

(사실 더이상 교토에서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금각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료안지에 가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라

금각사에서부터 료안지까지, 천천히 골목 골목을 누비며

자유를 만끽하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료안지 가는 길

 

 

 

참 예쁜 대문

 

 

 

금각사에서부터 료안지까지

구글맵이 가르쳐주는 최단거리를 무시하고 마음껏 골목을 쏘다니며 걸었다.

영화에서 애니에서 보던 그런 일본의 골목들.

나는 멋드러지게 꾸며놓은 관광지보다, 사찰보다도

이런 사람 사는 그대로의 모습을 엿보는게 더 좋다.

 

료안지 가는길에 리츠메이칸 대학을 보았다.

UBC 시절 기숙사 중 하나였던 리츠메이칸 대학이 교토에 있는 대학이었다니!

별거 아니지만 묘한 우연을 신기해하며 드디어 료안지에 도착했다.

 

 

 

 

 

늦가을이 한창인 료안지의 호수

 

 

 

금각사도 그렇고, 료안지도 그렇고 사찰보다도 호수와 그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특히 료안지의 호수는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훨씬 더 아늑하고 평화롭달까.

 

 

료안지의 유명한 정원

 

 

 

 

대청마루에 앉아 돌로 된 정원을 감상하는 사람들

 

 

 

 

호수를 한 바퀴 걸어나오며.

 

 

사실 금각사와 료안지 부분은 내 여행일기에 단 한 줄도 적혀있지 않다 .

아마 내가 정말 가고 싶어서 간 곳이 아니어서일수도 있고,

명성에 비해서 딱히 내게 와닿는 점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 교토에서 어디갔다왔어? 라고 묻는다면 금각사와 료안지의 이름을 댈 수는 있을 정도.

 

 

오늘이 교토에 오는 마지막 날이니,

이제 교토에서의 미션을 행하러 가야겠다.

 

첫번째는 카츠쿠라에서 돈까스를 먹는 것.

두번째는 교토의 스타벅스에 가서 시티 텀플러에 커피를 마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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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19. (2日)

 

 

 

우리는 요지야 카페에서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교토의 관광 제1번지 기요미즈데라(청수사)로 향했다.

기요미즈데라까지는 조금 넓은 골목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야 했는데

 

정말이지 관광객들과 장사꾼들로 정신없이 북적이는 통에

 

방금 전 요지야 은각사점에서 느꼈던 그런 고요함, 평온함이 와장창 박살나는 느낌이 들었다. 



빨간 기둥이 인상적인 기요미즈데라의 입구

 

 


 

기요미즈데라 입구에서 내려다본 풍경

 

 


 

동완이와 양갱이

 


 

아이들은 기요미즈데라 안을 굳이 둘러보기보다는,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를 돌아보고 싶다 했다.

나는 사실 기요미즈데라에서 노을 지는 모습을 볼 요량으로 왔으나 

날씨도 흐리고 해가 지기까지 한참이나 남은 듯 해서 나도 청수사의 코앞에서 이 아이들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복작거리는 산넨자카에서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는 그야말로 관광객을 위한 전통거리 같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이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일본 전통 음식들 가게들에 손님들이 북적북적거렸다.

이런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거리를 좋아하겠지만,

 

이 길을 따라 걸어내려갈 수록 내 마음은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흐리던 날씨는 점점 개어 노을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기요미즈데라 코앞까지왔는데 그냥 돌아가는게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내일 교토에 다시 올꺼니까 일찍 혼자 오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왕이면 여기까지 온 거 기요미즈데라는 보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후지나미 니넨자카점

 

 


 

후지나미 가게의 미다라시 단고

 

 


 

맑게 개여가는 하늘

 

 


 

한복입은 동완군과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들



여기 기요미즈데라와 니넨자카, 산넨자카에는 유독 유카타와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유카타를 입고 교토를 구경하는 것이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나름 트렌드인듯 했다. 

요즘 우리나라의 전주에도 한복 입고 관광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어쨌든, 각 나라마다 그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나간다는 것은 소중하고 중요한 것 같다.

물론 관광객의 입장에서, 유카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98%가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는 점은 좀 당황스러웠지만.

 

 



좁은 골목길에 모여드는 인파들

 

 


 

자, 나는 여기까지.

 

 


 

아직도 가을느낌의 교토

 

 


 

관광객으로 복작복작거리던 니넨자카와 산넨자카의 길이 끝나고, 

아이들이 기온거리로 간다고 할 때쯤, 나는 아무래도 다시 기요미즈데라에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 누나는 사실 기요미즈데라의 노을이 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개는게 오늘 볼 수 있을 것 같아.


원래 일행이 아니니, 더 이상 같은 경로를 밟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해할 일도

그들이 가고 싶은 곳에 같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미안해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거기서 인사를 하고서 다시 기요미즈데라를 향해 걸어올라가는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발길이,마음이 한 결 홀가분해졌다.

 

그 아이들이 나를 끌고 다닌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자유로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만 해도 혼자 여행 다니면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을까걱정하던 나는 어디로 간걸까 

 

홀로 걷는 발걸음이 이렇게 경쾌할 수 있나. 

 

나는 되돌아온 길을 날아갈 것 같은 발걸음으로 걸어 올라갔다. 

 


털모자를 쓴 석상

 

 

 

유카타를 입은 멋쟁이 커플

 

 

 

노을 대신 햇살이 비치는 기요미즈데라

 

 

 

낡은 느낌이 먼저 드는 기요미즈데라의 전통 건물

 

 

 

이제 사진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티켓으로 인증샷

 


 

기요미즈데라 안은 정말이지 오롯이 관광객만을 위한 곳 같았다 .

우리나라 경복궁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뭔가 일본적인 것을 보러 왔는데, 

땅과 건물만 일본 양식이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사람과 언어는

온통 중국어와 한국어 일색인 느낌.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도 중국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한다. 

 

게다가 나뭇잎들이 다 떨어진 12월의 기요미즈데라 내부는 황량하고 쓸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내가 바라던 노을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햇살에 잠시 황금빛으로 물드는 기요미즈데라의 전경

 


 

오색찬란한 유카타를 입은 아가씨들

 


 

 


 

 

 

기요미즈데라 내부는 별로 볼 게 없어서 한 번 둘로보고 나왔지만,

그 밖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였다.

천천히 해가 지면서 종종 구름사이로 황금빛 햇살이 붉은 기요미즈데라의 건물을 비추었고,

관광객들로 정신없기는 했지만, 그들이 기요미즈데라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는 모습을 구경하는게 좋았달까.

오늘 아침부터 어스름 지는 저녁까지 하루종일 걸어다닌 탓에

이젠 고질병처럼 되어버린 골반 통증이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이제 어두움이 내리고 있었다.

이젠 돌아가야겠다. 오사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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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온에어

2015.12.19. (2日)

 

 

오사카/교토 가이드 북을 읽으면서 종종 눈에 띄는 것이 웬 사람 캐릭터로 라떼아트를 해 놓은 녹차라떼였다.

단순히 어느 카페 캐리커쳐인줄 알았는데, 일본에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요지야'라고 한다.

나름 교토여행의 시그니처 음식인 것 같아서 가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라떼아트따위에 관심없어 보이는 한국 청년들도 그 라떼를 꼭 마실거라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 은각사 근처에 그 요지야 카페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렇게 은각사에서 나와 철학의 길을 한참 따라 걷다가 포기하려던 찰나,

바로 코 앞에서 요지야 카페 은각사점에 도착했다.

 

 

 

 

 

 

 

요지야 카페 은각사점은 일반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전통 일본 가옥같은 곳이었다.

여기선 녹차라떼가 아니라 전통 차라도 따라마셔야 할 것 같은.

안내에 따라 들어가니 직원은 우리를 전면유리를 통해 정원이 내다보이는 다다미 방에 데려다 주었다.

딱딱한 다다미 바닥에 따닥따닥 아빠다리를 하고 앉으니

바로 눈 앞의 통유리 너머의 일본식 정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작 말차 카푸치노 하나를 먹으러 왔는데, 일본 전통문화 체험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낯설기도 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니 -

 

 

 

요지야 카페 긴카쿠지점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카페 내부

 

 

 

 

이런 풍경을 보면서 차를 마신다

 

 

이렇게 일본식 정원이 내다보이는 다다미 방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으려니

한편으로는 일본이 간직하고 유지해나가는 日本다움이라는게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중국, 한국, 일본이 그렇게 다르지 않을텐데 이토록 외부인으로 하여금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일본문화의 매력과 저력은 무엇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일본다움을 경험해보고 싶어 이 곳을 찾아온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해내지 못한 걸까.

겨우 카페에서 말차 카푸치노 한 잔 마시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한다.

그런데 이 카페 하나가 이런 별별 생각을 다 하도록 한다.

 

 

 

마셨다. 요지야 말차 카푸치노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여기 이 카페가 굉장히 좋았다.

테이블과 의자가 아니라 다다미에 앉아있는게 특이하기도 했고,

조용하기도 했고,

따뜻하게 차 한잔 마시면서 가만히 - 호젓하게 앉아서 일기도 쓰고, 정원도 감상하고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함께다니는 이 열혈청년들이 너무 패기가 넘친다.

하루 일정으로 돌아다닐건데 심지어 기차를 잘 못타서 1시간이나 일정이 늦어졌다는 아이들에게

여기서 일기쓰면서 조금 더 이 순간을 즐기자고 말하지 못했다.

차를 홀짝홀짝 다 마시고는 이제 여기서 해야할 일은 다 끝났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일어났다.

혼자 여행한지 반나절만에,

혼자하는 여행이 얼마나 자유롭고 내맘대로 할 수 있어 좋은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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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12.19. (2日) 



이틀간은 교토에 가야한다. 

어제 오사카/간사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교토를 오갈 수 있는 한큐투어리스트 패스 2일치짜리를 사버렸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이런 휴가를 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준비하는 이틀사이에 마음이 좀 바껴서 그래도 뭔가 관광지 같은 교토를 돌아다니는게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토로 가는 한큐우메다역은 사카이스지혼마치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지만,

우메다 역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3개의 지하철선과 JR, 한신, 한큐레일선이 모여있는데다가 백화점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아직 한자가 눈에 익지는 않지만 한큐레일 간판을 짚어가며 많이 헤메지 않고 교토로 가는 한큐레일의 플랫폼에 도착했다.



 

 


 

3번 플랫폼의 전철이 달리기 시작했고, 창밖으로 맑고 화창한 오사카의 풍경이 지나갔다. 

금세 도시를 빠져나가 근교의 주택지가 나타나고 저 멀리 아직도 울긋불긋한 산이 나타난다.

마치, 서울에서 춘천을 가는 느낌이다. 

날씨는 제법 쌀쌀한데 여기 오사카엔 아직 가을이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40여분을 달려 한큐레일은 도쿄의 카와리마치 역에 도착했다.

나는 아직 어디 갈지조차 정하지 못했는데, 등떠밀리듯 카와리마치 역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들이 흩뿌려졌다. 

눈인가 했는데 햇빛을 받으며 떨어지는 싸라기 같은 비였다. 

일단은 남들이 다 간다는 청수사(기요미즈데라)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관광안내소에서 얼핏 보았던 한복입은 남자가 내 앞에 서 있다.


- 이 것만 입고 안 추워요?



별로 안춥다고 말하는 그 한복입은 남자는 은각사에 먼저 갔다가 청수사에 간다고 한다 .

그러는 사이에 은각사에 가는 버스가 먼저 도착했다.


- 저 오늘 교토에 처음왔는데 아무 계획이 없어서요. 따라가도 될까요?


나는 그렇게 엉겁결에 은각사에 가는 두 한국 청년에 덥석 따라 붙었다.

외로운게 걱정이 되었다기보다, 아무 계획이 없었던 찰나에 누군가의 계획에 편승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날씨는 일기예보보다 궂었고 이따금씩 보슬보슬거리며 보슬비가 내렸다.

간단하게 서로 자기소개를 하며 은각사까지 걸었다. 

어리게 보이긴 했지만 이 청년들은 내 동생보다도 어린 93년생 대학생들이었다. 

갑자기 큰 누나가 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은극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미러리스 카메라에 배터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출국 전날 충전을 다 했는데 왜 배터리가 없다고 뜨는거지?

지난 남미여행에서부터 이 미러리스 카메라가 문제구나.

내게 남은건 필름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인데, 핸드폰은 해필 보조배터리가 없고, 필름 카메라는 보조카메라일 뿐. 


잠시 멍...했지만, 카메라가 안된다는 건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실 사진찍기도 귀찮았다.

내가 여행하면 사진찍는게 귀찮을 때도 있다니!

그만큼 이번 여행에 대한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아님 이제 그런 사진 찍어봐야 나중에 '아  내가 이 때 이렇게 이쁜 사진을 남겨 두었지  -' 회상하며

이따금씩 꺼내볼 뿐, 실은 지나고 나면 시간이 흐르면

뭐 얼마나 잘 찍은 사진이었든지 말든지 생각조차 안날만큼 무의미 한 것이란 걸 느껴서였을까. 


사진을 찍는것조차 재미가 없다라...




은각사에서 찍은 사진

 

 

 

은각사에서 찍은 사진2

 

 

생각해보니 나는 '재미있다, 심장이 뛴다'고 했던 일조차도 끈덕지게 해내지 못했다.

사진 찍는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줄 알았지만,

2년 바짝 찍고서는 차츰 차츰 흥미를 잃어서

지금은 찍어도 그만, 안찍어도 그만.

심지어 너무 잘 찍으려 옥심이날 때면 그런 내가 싫어지는 지경까지 왔다.

신나게 쓰던 여행기도 완결을 못낸게 수두룩.

뭐든지 좋아한다고 호들갑 떨면서도 끝까지 해낸 것들이 거의 없다.

 

좋아하는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져간다.

그러면 어쩌면, 그냥 이 일을 계속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닐까.

어짜피 좋아하는 일이 아니니까.

더 싫어지지도 않을꺼고.

심장뛴다며 좋아하던 것도 끝내 시시해지는데, 굳이 내가 즐거운 일 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필요가 있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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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온에어

2015. 12. 19. (2日)

 


 

내가 앞으로 4일간 묵게될 방은 한국에 있는 내 방보다도 더 아늑하게 생겼었지만

그 아늑하게 생긴 오사카 숙소에서의 첫날밤은 결코 아늑하지 않았다.

우선 바깥의 공기는 그렇게 차갑지 않았는데도 벽을 통과한 공기는 분홍빛 갓등의 따뜻한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 방을 골방같이 냉랭한 기운이 들게 했다. 

히터도 켰고, 이불도 두툼했지만 나는 양말을 신고 얇은 패딩까지 껴입고서 

서걱거리는 차가운 이불 속에서 한참을 웅크려 덜덜덜 떨어야 했다.

분명 주인은 히터만으로 괜찮을 거랬는데, 나는 결국 온풍기까지 켜고서야 방안 공기가 누그러지는걸 느꼈다.

그렇게 잠이 드나 했지만, 역시나 그 밤은 쉬운 밤은 아니었다.

나는 온풍기를 켰다가 껐다가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했다. 잠 역시 깼다가 들었다를 반복했다.

급기야 몇시이지도 알 수 없는 캄캄한 한밤 중에, 나는 온몸이 무겁게 짓눌리는 느낌에 잠이 퍼뜩 깼다.

가위였다. 

손과 발이 침대에 들러붙는 것 같았고, 가위라는 자각이 든 순간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텁텁하고 후끈한 방안 공기와 달리 내 목뒤는 마치 파스를 붙여놓은것마냥 싸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생생한 가위눌림이었다. 


- 귀신이 내 목 뒤에 들러붙어 있는게 분명해!!!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이 저 건너편에서 잠들어 있는 낯선 공간, 짙은 남색 어둠으로 가득한 그 방에서

나는 공포에 떨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 무서워!!


무섭다고 속으로 되뇌이다가, 나는 나를 짓누르는 것 같은 무거운 그 느낌에 눌려 까무룩 다시 잠들고야 말았다.




 


 


다시 눈을 뜬 건, 매일 아침 출근시간마다 듣는 내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는 시간이었다. 

커텐을 걷으니 저 멀리 그리 높지 않은 빌딩들 사이로 발그스름한 빛과 함께 해가 떠오르는게 보였다. 

어젯밤 온풍기를 껐다 켰다, 가위에 눌렸다 말다 한 것 치고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뭐랄까. 

낯선 도시에서 이렇게 커텐을 걷어 아침을 맞는 것은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한국의 내 방에선 블라인드를 걷어올려야 창 밖이 보였지만, 이 곳에선 커텐을 양 옆으로 걷어내야 했다. 

한국에선 사실 출근준비에 쫓겨서 블라인드를 걷어 올릴 시간도,

이렇게 아침 해가 뜨는 걸 느끼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맞은 편의 아파트들 때문에 내 방은 남향이면서도 해 뜨는 걸 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여기 오사카 사카이스지 혼마치 역 근처의 어느 아파트 방에서, 

조용히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 있다.

여전히 낯선 곳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느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딴 세상에 있는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좋다.

내 삶과 맞닿아 있으면서, 내 삶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순간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이불 속에서 부비적거리고서, 주인 부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샤워를 했다.

생각보다 주인 부부는 늦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뭐, 주말이니까.

뭔가 아침에 함께 식탁에 앉아 씨리얼이라도 먹으면서 활기찬 아침을 보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늦잠을 자는 주인 부부 덕분에 굳이 주방에서 덜그럭거리고 싶지 않아

나는 아침햇살이 방안을 가득 비춰오는 내 방 침대 한 구석에 앉아 

어제 세븐일레븐에서 사온 콩 샐러드와 파우드 케잌 한조각을 아무 말 없이 챙겨먹었다. 

그리고 바나나는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먹을 요량으로 가방에 챙겨넣었다.

 

 



 

 


 

8시쯤엔 숙소에서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침대에서 우물쭈물, 아침식사하며 우물쭈물,

비록 잠은 설쳤지만 아침 햇살이 깊이 비쳐오는 그 방이 맘에 들어

방에서 우물쭈물 하다보니 어느 새 8시 반이 지나서야 나는 집을 나서게 되었다. 

 

아침 오사카의 공기는 청량하고 맑았다. 

가로수엔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들이 온전히 붙어있었다. 

12월 중순. 한국은 이미 겨울인데 이 곳은 아직 늦가을인 것만 같았다. 

어제 밤 숙소가는 종이와 구글맵을 보며 두리번 거리던 길을,

나는 상쾌한 발걸음으로 되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은 제대로 못 잔게 분명한데, 아침 공기에 기분은 상쾌했다.

오늘은, 교토에 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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