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II. 삶'에 해당되는 글 172건

  1. 2023.11.02 사전 점검의 날 2
  2. 2020.06.22 여행 상실의 시대 2
  3. 2020.04.13 내가 되어가는 것
  4. 2020.03.18 좋아하는 것을 해요.
  5. 2019.11.28 마음의 눈
  6. 2019.10.29 당신에게
  7. 2019.10.14 아프다
  8. 2019.08.27 couldn't be better 2
  9. 2019.07.15 앙드레 드랭의 채링크로스 다리
  10. 2019.06.24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2

 

 


지난 주말, 부모님 아파트가 이제 시공을 거의 마무리해서 사전점검을 한다고 해서 도리와 함께 구경할 겸 다녀왔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는데 부모님을 포함해서 소중한 보금자리를 확인하러 가는 집주인들의 마음들은 얼마나 설렜을까 싶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아직 상가를 짓는 중인건지 단지 앞은 공사판에 어수선했고 사전점검을 하러 온 차들이 길게 줄지어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몇동 몇호라고 말하니, 차 앞에 동을 표시한 표지판을 올려주었고 인원수에 맞춰 놀이공원에서 찰 법한 종이팔찌를 나눠주었다.
차를 주차하고서, 엄마에게 전달받은 동호수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초인종을 누르니  먼저 들어와있던 아빠엄마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동남향 집은 정오 즈음의 햇살이 들어와 화사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

 

한 폭의 그림같은 거실뷰

 

실물은 요런 뷰!



여기 서울 한복판이 맞나 싶은 알록달록 가을빛이 들어가는 너무 예쁜 뷰였다.
건물 앞에 가리는 건물 하나 없이 탁 트여있어 답답함도 없고 햇살도 잘 드는 데다가
그 앞으로는 산이 있어 집에서 사시사철 자연을 오롯이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조건인데 그걸 우리 부모님 집이 해냈다니!
심지어 이미 완성된 집을 보고 산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였는지, 집을 방문한 부동산에서 오늘 사점점검으로 돌아본 집 중에 가장 뷰가 좋다면서, 너도 나도 부모님 집 거실 뷰를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 찍고 수십 번을 찍어갔다.  
내 집도 아닌데 괜히 뿌듯.....

플랜카드 문구는 우리끼리

 


아, 사점점검을 하면서 뭔가 엄마아빠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서 플래카드를 준비해서 갔다. 그리고 엄마아빠를 선동해서 기념사진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끼리 사진도 찍었다.

내가 플래카드를 펼치니, 엄마는 이런 걸 왜 만들었냐고 하면서도 우리 딸 답다며...
(엄마 이거 칭찬이져?)

나도 안다. 이 플래카드가 별 의미 없다는 것을. 이게 부모님 첫 집도 아니고.  아파트 사전점검도 그냥 하나의 절차일 뿐이라는 것도.
하지만,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 속에 우리 가족이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달까?

언젠가 시간이 많이 지나 저 플래카드를 보면서,

우리 사전점검하는 날 이런 일 있었지, 저런 일이 있었지. 부동산에서 우리 집 뷰가 좋다고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어갔지. 딸이 저런 플래카드도 준비해 왔었지 하면서 이 날을 즐거웠던 하루로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살아보니, 가족이라는 존재가 참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부대끼며 지내온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나 진짜 철들었나 봐)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나라서, 가족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결혼과 함께 독립한 이후로 원래 가족과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간을 맞춰 만나야 하는 사이-혹은 환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환경 변화를 겪고서야, 우리가 원래 가족으로 새로운 추억을 쌓을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살 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사전점검의 날이 우리 가족에게 (동생은 일하고 있어서 못 왔지만) 특별하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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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 인천공항
창밖의 풍경 @ 샌프란시스코
핑크빛 노을 @ 상트페테르부르크
반짝이는 야경 @ 시카고





여행이 사라졌다.
(물론 여행말고도 많은 것이 바뀌었고 전세계가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

비행기가 멈추고 국경이 닫히고 비자가 없으면 입국할 수 없는,
자유로운 여행이 사라진 시대.
이런 날들이 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바로 6개월 전만 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항공사들이 새로운 노선을 광고하고
수많은 방송프로그램들이 해외여행 소개도 모자라 해외에서 요리하고 장사하고 노래부르고 숙소를 차리고
SNS에는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한 사진들이 흘러 넘쳐났는데.


매년 이맘때면 곧 다가올 여름휴가를 생각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회사생활을 버텼는데
이번에는 여름여행은 커녕 인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마저 사라져버린 것이 2020년, 현실이네.


코로나가 없었다면 3월엔 스페인에, 9월엔 뉴욕에 가는 것이 올해의 여행계획이었고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초봄만 해도 여름만 지나면 코로나가 끝나서 해외여행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잠식한지 어느새 5개월이 넘어가는데
끝이 보이기는 커녕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고
코로나가 바꾼 삶의 모습은 더 이상 임시적인 것이 아니라 깊이 고착화되는 것 같다. 소위 - 뉴노말.


이런 시대. 상상도 못했던 2020년.  


요즘엔 잠들기 전에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여행을 한다.
여행했던 곳들과 그 날의 날씨와 기분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때의 느낌을 상상한다. 
일상생황 속에서도 여행하던 순간들을 애써 끄집어내어본다. 
이 노을의 빛깔, 이 바람의 간지럼, 이 습도의 청량함.
순간 순간 기억과 살결에 새겨진 비슷한 지난 날들의 감각을 흔들어 깨워보며.


점점 기약이 없어지는 불과 반년 전의 삶.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걸릴까.


모든 게 멈춘 덕분에 2020년의 하늘과 공기는 맑고 청량하기 그지 없다.
야속할만큼 좋은 날들이다.
여행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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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난 이제 뭐가 될 수 있을까.
인생의 피크점에 닿아 이제는 내리막길만 남은 기분.
내 인생 여기서 그냥 평범한 - 대단한 무엇이 되지 못한 채로
아- 다른 어른들도 다 이렇게 아무인이 되었나보다,
나도 여기까지인가보다, 생각하면서
보통의 -무명인 - 삶의 주인공으로 시시하게 살다 가겠구나.
죽을 날까지 너무 많이 남았는데 지루해서 어쩌나.

 

그런데 문득
어쩌면 인생이란게 젊은날에 정점을 찍고 그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의 데드라인까지 나라는 존재가 완성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꺾여서 내려오는 그래프가 아니라
그 각도는 현저히 줄어들겠지만
내가 노력하는만큼 천천히 정(+)의 직선, 혹은 곡선을 그리며
내 가능성의 최대치까지 끝없이 상승하는 그래프가 되도록 만들 수 있는게 아닐까.
요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이런 마음의 소리가 조용히 들려오네. 

 

여기가 나의 정점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무얼해도 하강선이라 생각한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내가 꽃피운 나의 전부이겠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내 노력에 따라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라는 사람의 끝이 어디인지, 어느 정도까지 완성되는지 더 나아가 볼 수 있겠지.
그때는 나라는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완성되었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꼭 세상이 알아주는 대단한 명성의 것일 필요도,
시험을 쳐서 얻어야만 인정받는 그런 것일 필요도 없더라.
내가 원하는 이상향의 내가 되는지가 가장 관건일거야.

그 무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어가는 것.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에 다가가는 것.

나의 잠재력을 실현시킨 나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
그런 내가 되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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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혼식이 미뤄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미루었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100명 이하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결정을 내리는 때에는 확진자가 매일 400명, 500명씩 늘어나는 때였고 

그리고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20번대에서 멈출것 같던 확진자가 31번을 기점으로 700명, 900명씩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사상초유의 사태에 하루하루를 걱정과 시름으로 결혼식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결혼식 두어달 전부터 청첩장을 돌리는 거라고들 했는데

웨딩촬영을 찍은 다음날인 설 연휴부터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한 탓에, 

청첩을 받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아 청첩모임도 자제하고 보류하고 있었던 터라

결혼식은 가까워지는데 돌리지 못한 공들여 만든 청첩장이 방에 수두룩 쌓여서 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결혼식을 미루는 과정은 인생에서 겪은 일 중에 손 꼽을만큼 어려운 일이었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에 급기야 사무실에서 울기도 하고, 조퇴도 하는 일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어찌어찌 잘 미루게 되었다.

(미루어서 아쉬운 점은, 원래의 결혼기념일 숫자가 좋았는데 바뀌었다는 것과 ㅠㅠ

정말 좋아하는 가수를 축가로 섭외했는데 아무래도 변경된 예식일엔 어려울 것 같다는 것과 ㅠㅠ

그리고....팬데믹 상황에서 신혼여행은 오리무중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거슨 이제 해탈함)

 

 

2. 결혼식 준비는 그야말로 고통의 나날들. 

 

낮에는 일을 하면서, 저녁과 주말의 여유시간만으로 결혼식과 신혼집 준비를 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특히나 나같이 뭘 하나 하자하면 꼼꼼하게 챙겨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는 너무나도 지치고 피곤한 날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해야하는 일을 할때 까지는 성격상 우선순위가 밀리는 일들은 손도 대지 못한다.

 

낮에는 일을 하고,  (일하면서도 각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고 스케줄을 조율 하고)

저녁에는 타임라인에 따른 잔업들을 하고, (각종 업체 리서치, 수정하기, 고르기, 문의하기 등등등)

주말에는 각종 가전제품과 가구 구매를 위해서 서울 온 동네를 방문하고 발품팔며 상담을 해야했다.

하...나 언제 쉬었대? 

그런데 또 대충할 수가 없었던 것이,

수백만원에서부터 수천만원까지 내 인생에 써본적도 없는 큰 돈 들어가는 것들을 선택해야하거나

혹은, 인생에 한번(?)뿐이라고 각오로 선택해야하는 일들이기 때문이었다.  

주중 주말 불사하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불구하고 예식일이 다가올 수록 시간에 쫓기고 할일은 많아서

주중에 몇시간 못자고 허덕이는 날들이 허다했다. 

그러고나서 출근하면 너무 피곤해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몸도 지쳐있었지만, 사실은 정신이 더욱 더 지쳐있었다. 

스드메, 결혼식, 신혼집, 예물예단, 청첩모임.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진행한다는게 그 자체로 쉽지 않았고,

그냥 진행되었어도 힘든 결혼식 준비를 한번 미루는 결정을 해야했으며, (후속 뒷처리 포함)

나혼자 의사결정하는 것도 힘든데, 남자친구와 조율, 우리 가족과 조율, 남자친구 가족과 조율까지.

결혼의 본질은 사랑이 아니라 조율이로구나!!! (현타)라고 수십번 생각할만큼 조율할 것들이 끝없이 밀려왔고

아무리 사이가 좋고, 예쁘게 말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말해도 (사실 막말하지 않고 예쁘게 말하는 것도 많이 힘들다)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설득하고 때론 양보를 하면서 한가지 타협점에 이르는 과정

그 과정은 그 자체로 나에게는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 과정을 수십번 반복하면서 나는 혼이 탈탈 털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롯이 혼자서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홀가분한 일인가!!)

솔직히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즐겁지 않았다. (남자친구야 미안하다. 하지만 남자친구 잘못이 아니다.)

결혼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데이트가 아니라 계속 할일&협상을 해야만 했다.

궁극적으로는 서로 같이 즐겁고자 하는 일인데, 일이 되다보니 나는 즐겁지가 않았다.

즐겁지 않은게 남자친구 탓은 아니었지만, 그런 현실이 때로 버겁고 때론 슬펐다. 

나랑은 어찌저찌 의견을 통일했지만 본인 부모님을 설득하러 가겠다며 헤어질 때는 마음이 무겁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하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있었다.

스트레스와 괴로움, 그리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나보다. 

 

 

3. 좋아하는 것을 해요.

 

결혼식을 미루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그 동안 못다한 잠을 자는 것이었다.

열흘 가까이를 나는 거의 내리 잠만 잤다. 

결혼식 준비하면서는 불면증에 시달린 날도 많았는데, 미룬 뒤로는 초저녁부터 그렇게 잠만 잤다.

너무 초저녁부터 자느라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못하고 자는 날들도 있었다. (또 미안..)

그래도 힘이 없었다. 행복하지가 않았다. 마치 방전되어 충전되지 않는 핸드폰 같았다.

결혼식 준비가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다 미루어두기로 했다.

생각했다.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자연히 드는 생각 끝에,  나는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 동안, 해야만 하는 일에 치여 미루어두었던 것들.

그런데 또 오래 미루어두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잊어버린 것 같은 그런 것들.

 

따뜻한 햇살 받으며 타박타박 산책하기. (햇살은 행복호르몬인 세르토닌 형성에 도움이 된다)

예쁜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 (그래도 그게 취미였다고 예쁜 사진 찍으면 행복하더라)

서점에 가서 여유롭게 둘러보며 읽고 싶은 책 사기. (안읽어도 괜찮다)

아기자기한 문구용품 아이쇼핑하기. (난 그렇게 문구용품이 좋더라..)

이미 쓰고 있는 핸드크림 있지만 좋아하는 향의 핸드크림 하나 더 사기. (내게 좋은 느낌을 주는걸 하자!)

봄 느낌 가득한 신상 옷 입어보기.  (고민은 결혼준비에서 많이했기 때문에 대충 맘에 들어도 막 질렀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티비보기. (채널돌리기가 제일 재밌다)

엄마한테 머리 땋아달라고하기. (엄마의 사랑 느끼기)

엄마아빠 나들이 따라다니기. (엄마아빠가 같이 가자고 하지만, 실은 엄마아빠가 날 끼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블로그에 일기 쓰기. (글을 오래 안썼더니 없는 필력마저 다 사라진 것 같네.)

 

결혼준비하면서 기본 돈 씀씀이가 수백만원 단위였는데

내 마음에서 정말 우러나와 갖고 싶은 것을 산다기보다는, 사야하기 때문에 사야했던 것들이 많아서

(물론 가격을 따지기보다는 예산 안에서는 내 눈에 이쁜 걸 사는 짓을 많이 했음)

구매를 하면서도 썩 행복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난생처음 명품백을 샀는데, 구매과정도 너무 힘들었고 있으니 좋은건 알겠지만 그닥 행복하지는...) 

오늘 몇천원짜리, 만원짜리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것들을 사면서는 짜릿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내 안에 차곡차곡 작은 행복들을 쌓고 나니

이제야 마음에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마음에 힘이 생기고 나니,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에도 여유가 넘친다. 

그동안 나의 개인적인 행복이 바닥나 있었던 것인데,

내게 부족한 행복함을 남자친구가 오롯이 채워주지 못한다고

남자친구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그러는 과정에서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던게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그동안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에 나를 갈아 넣으면서

나의 행복을 타인이 채워주기만을 기대했던게 아닌가, 돌아생각해본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거쳐, 얻은 올해의 깨달음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면서 모든 일의 기준이 좋아하는 일인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스트레스 받지만 해야하는 일들을 해내야 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각자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내고

또 좋아하는 것들을 틈틈이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 마음 속 에너지가 바닥나지 않도록, 차곡차곡 좋은 감정들을 채워넣어 줘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 실천하는 것. 여기에도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나 스스로도 행복할만큼 바로 선 뒤에, 둘 이상, 셋 이상의 관계도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결혼식은 끝난게 아니라 미뤄졌을 뿐이므로

또 어느정도 재충전을 한 뒤에는 다시 미뤄둔 일을 해야하겠지만

당분간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를 채우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리고, 이 다짐을 잊지 않고 실천하며 살아야지. 

그러니까 우리, 좋아하는 것을 해요.

그리고 행복하기로 해요. 

 

 

행복한 일 하나. 영어원서 읽기 (이해도는 떨어지지만 원서 읽는 내 모습이 좋아서..)

 

행복한 일 둘. 예쁜 꽃 보기 

 

행복한 일 셋. (햇살 좋은 날 산책하기. 기미도 다 용서할 수 있다)

 

행복한 일 넷. 엄마 아빠랑 시간 보내기. 

 

행복한 일 다섯. 멋진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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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

■ 삶/II. 삶 2019. 11. 28. 14:36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는 법.
덜 슬프고 덜 우울해져 정신이 평온해진만큼, 
감각적인 예리함과 예민함도 같이 무뎌져버려
세상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단조롭게 느껴진다. 
정확히는, 
다채롭고 감각적인 세상 속에 존재하지만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다.
마음의 눈이 (어쩌면 잠시) 멀어버린 것 같다.
날이 무뎌진 칼처럼 반짝이던 나의 감각들도 다 갈려나간 것 같다. 

정신의 평온함과 감각의 예민함.
무엇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없지만,
그 동안 내가 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뎌져 사라진 것 같아서, 
나라는 사람이 동전으로 긁어낸 듯 사라진 것 같아서
조금 서글프다. 


오늘 아침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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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 삶/II. 삶 2019. 10. 29. 18:22


그랬다고 해도 괜찮아요.
지적받고해서 또는 거절당했다고 해서 기죽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 자체로 충분히 완벽하고 또 행복할 수 있어요.
그렇다는 사실을 믿어요.
그런 자신을 믿어요.
당신의 행복을 타인이 정의하고 결정하도록 하지 말아요.
당신이 맞다면 맞고, 당신이 틀리다면 틀린거에요.
당신의 인생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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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 삶/II. 삶 2019. 10. 14. 13:51




아프다.
힘들다.
지친다.
괴롭다.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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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II. 삶 2019. 8. 27. 10:24



2019. 08. 11. ~ 2019. 08. 25.

내 생에 두 번째 이탈리아 



밀라노 - 시르미오네 - 돌로미티 - 베로나 - 볼로냐 - 피렌체 - 시에나 - 산지미냐노 - 발도르차 - 로마 (바티칸)



















올해는 여행기를 쓸런지 잘 모르겠다.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그 순간순간들이 좋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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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말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야수파 걸작전>에 다녀왔다.

미술전시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데, 최근에 <심미안 수업>을 읽고서 동기 부여를 받아 

얼리버드로 덜컥 예매해놓고는 얼리버드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시간을 내서 다녀왔다.

 

이번 야수파 걸작전은 프랑스의 트루아 현대미술관이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트루아 현대미술관의 '레비 컬렉션' 의

원화 68점을 포함해 총 140여점을 전시되었다.

전시회에서는 야수파의 탄생과 당대의 작품들, 야수파 미술가들에 관한 스토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는데

미술 문외한이 야수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나쁘지 않은 전시였다.

(참고로, 미술전시였는데 텍스트가 엄청 많아서 읽으며 소화해내느라 버겁긴 또 처음이었다. 

하지만 야수파와 각각의 화가들에 대한 배경설명이 많아서 그림들을 이해하는데는 훨씬 도움이 되었다.)

생각보다 전시된 작품이 많아서 텍스트를 읽으랴, 그림을 감상하랴 허덕이며 전시관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안드레 드랭에 관한 영상 작품을 관람하다가, 순간적으로 마음을 이끄는 작품을 만났다.

 

   André Derain."Charing Cross Bridge". London 1905-06 ㅣ MoMA

 

앙드레 드랭이 그린 30여점의 런던 연작 중,

노을이 지는 풍경(이라고 추측되는) 몽환적인 런던 하늘풍경을 담은,

< Charing Cross Bridge > 

채링크로스 다리와 런던도심의 배경 너머, 연노랑색, 연분홍색, 연하늘색, 노란색, 남색, 빨간색, 

거침없는 알록달록한 색채가 경계를 이루면서도 또 어색함 없이 어우러져 있었다.

하늘은 마치 단 하나의 하늘이니 그 색도 균일하여여야만 할 것 같은데,

혹은 노을이 질때처럼 그 색감이 다양하더라도 지평선을 따라 붉은빛부터 푸른빛까지 그라데이션으로 물들어야만 할 것 같은데,

커다란 하나의 하늘에 다채로운 색깔을 덩어리 채로 덧칠한 그 과감한 붓칠에

아!

1초 남짓의 순간에 지나가는 30여개의 작품들 중에서 단박에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야수파 걸작전의 대표격 그림인 앙드레 드랭의 <빅 벤> 보다도

<채링 크로스 다리>가 훨씬 더 강렬하게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아버렸다.

 

-

 

전시를 모두 보고서 나오는 길에 기프트 샵에서, 채링 크로스 다리의 판화본을 사고 싶었지만,

(해당 작품이 MoMA소장이어서 그런지) 이번 전시회에 관련된 작품만 구매가 가능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니라 대체품을 사는 것 같아서 조금 망설였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만큼 인연과 같아서

앙드레 드랭 작품 중에 나중에 집에 걸면 좋을 것 같은 작품을 하나 골라보았다.

 

André Derain. "collioure le port". France. 1905 ㅣ Troyes Museum of Modern Art

 

내가 미술작품의 프린트를 처음 산 것은, 2017년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칸딘스키의 <겨울풍경>을 처음 보고 나서였다.

당시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도 칸딘스키를 비롯해서 샤갈, 마티스 등 유명한 작가들의, 세상에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나는 칸디스키 작품 중에서도 아주 유명하지 않은 <겨울풍경>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기프트 샵에서 프린트화를 사왔다.

그리고 액자를 맞춰서 내 방 벽에 기대어두고는 출근할 때마다 한 번씩 바라보고는 했다.

볼 때마다, 이 작품을 만났을 때의 신선하고 따뜻했던 감동.

이미 유명하기 때문에 좋은게 아니라, 비싼 값에 팔려서 감동적인 것이 아니라,

내 눈과 내 마음에 그림 그 자체로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졌던, 나만의 애정.

그리고 그 감동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 프린트화를 사들고 온 그 날의 나에 대한 기특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그 뒤로 미술전시를 보러 갈 때마다, 

여기에서 또 내 마음을 뒤흔들고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특별한 작품을 만나지는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작품은 또 그렇게 쉽게 만나지는 것이 아니었다. 

남들이 좋다는 그림, 유명하다는 그림, 비싸다는 그림을 보면서 나도 이 그림이 좋아야만 하는건 아닐까 내 심미안을 다그쳐보기도 했지만

그런 다그침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역시 마음에 드는 작품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불현듯 나타나 내 마음 속 애정의 방에 콕 들어와버린다.


요즘에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겨울 풍경> 액자 위에 겹쳐 놓은 <collioure le port>를 한 번씩 바라보곤 한다. 

이렇게 마음을 담아 방에 둔 그림들은,

이제 단지 한폭의 그림일 뿐만 아니라 

이 그림을 만났던 날의 추억, 장소, 함께 했던 사람, 이 그림을 골랐을 때의 내 마음까지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담고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영원히 이 그림을 볼 때마다 함께 생각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애정이 솟아나는 그림을 만나게 되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게 된다.

괜히 수집에 급급해서 조급하게 억지로 애정을 붙여보려 하는 것은 경계해야지.

살면서 운명처럼 마주치게 될 그림들을 기대한다.

그리고 함께 기억될 그 순간의 시간과 공간과 추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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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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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법 대낮의 열기가 뜨겁지만, 그래도 습하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아직 짙어지지 않은 연녹색 나뭇잎들이 바람에 햇살에 파르르 흔들리는 풍경을 본다.

여름이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하지 않은 것 같은

그 문턱 사이에 서 있는 듯한 느낌. 

이런 날씨가 오래도록 끝나지 않길 바라면서.


사람의 인생에서 젊음이 너무나도 짧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남은 건 늙어가는 것 뿐인데, 

활짝 꽃피어 찬란하던 시절은 너무나도 짧아서 

아쉽고 서운하고 찰나처럼 지나가버린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도 했다.

어느 집단에서든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 가장 어리고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반짝였던 시절을 지나,

이제 가장 주류인 세대에 들어왔고, 그리고 시간의 섭리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그 중심에서 빗겨나는게 느껴진다.

이제 더 이상 내 기준에서 나는 아주 젊지도 아주 찬란하지도 않다.

찬란했던 이십대는 너무 짧았다 싶었다.


이제 서른 초반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 서른 중반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요즘,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서 파르르 흔들리는 연녹색 나뭇잎들을 보면서, 

연하늘색 하늘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구름들을 보면서,

실은 젊음이 그리 짧지도 않았구나. 

피어난 꽃만이 젊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꽃이 피기 전 꽃망울을 맺어가던 과정도 모두 젊음이었구나. 

나는 참으로 오래도록 어리고 젊었고, 또 그 순간들을 참 오래도록 누렸구나. 

싶다.


이십대이던 시절엔, 이십대 초반으 순간이 뒤돌아서면 손에 잡힐 듯, 뒤돌아가면 돌아갈 수 있을것만큼 가깝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아득하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실감이 날만큼 아득하다.

지나간 과거를 추억하는 건 모두 머릿 속 잔상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십대나 삼십대나 다를게 없는데,

이제는 과거의 기억들이 예전만큼 현실감있게, 생생하게, 또렷하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애써 떠올려보아도 그 순간의 날카로웠던 감성들이 더 이상 상상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는 느낄 수 없어 - 

슬프다.


난, 젊은 날에도 젊음을 알았던 것 같은데 

지나고 나니 생각보다도 젊은 날이 훨씬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젊은 날인줄 몰랐던 것 날들도 있었다.

젊음이 훨씬 길었다고 인정하게 되니, 아쉬움이 조금 덜어지는 듯 하다.

젊은 줄 몰랐던 날에도, 젊은 줄 알았던 날에도, 나름의 최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는 과정 그 자체를 오래도록 괴로워했던 것 같은데

이젠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는 어른이 된 것 같다. 

정말 여름이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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