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해당되는 글 718건

  1. 2024.03.14 따뜻하게 안아주는 너가 있어서 1
  2. 2024.03.06 어떤 깨달음
  3. 2024.02.19 애를 쓰는 나날들
  4. 2024.02.06 내가 나를 피말려 죽이네.
  5. 2024.01.23 인생의 이치 3
  6. 2023.11.17 마음의 평화
  7. 2023.11.08 시험
  8. 2023.11.02 사전 점검의 날 2
  9. 2023.09.21 희극과 비극 사이에서
  10. 2023.09.08 혼자만의 시간, 김환기 <점점화>


삭막한 나뭇가지 같던 날씨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봄이 성큼 와버렸다고 느껴질만큼 아침 저녁으로 해가 길어지고 햇살이 따뜻해졌다.


눈부신 햇살 속을 걸어가는데 이유없이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마음이 들때면 저 우주가 나를 사랑한다고 나를 다독였었는데,
요즈음의 나는 남편을 생각한다.
내가 슬퍼하면 일루오라면서 꼬옥 안아주는 남편
내가 속상해하면 괜찮다고하면서 꼬옥 안아주는 남편.
그렇게 따뜻하게 안아주는 너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너가 내게 손을 내밀었던 그 날 이후로 어느 새 6년.
고마워. 너가 있어서 내 삶은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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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깨달음

■ 삶/IV. 삶 2024. 3. 6. 17:18


어제 밤, 운동을 가려고 야무지게 운동복을 차려입고 나갔는데
바람이 차서였을까, 아파트 헬스클럽까지 가는 그 짧은 길에도 몸이 으슬으슬 추워
여기에 운동하고 땀까지 흘린 뒤에 집에 오면 아무래도 감기가 걸릴 것 같다(는 수백번의 경험으로 얻은 교훈) 생각에
도리만 운동하라고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운동하려던 만큼의 시간은 남았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지 몸이 으슬으슬해서
오랜만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반신욕을 했다.
어지간히도 혈액순환이 안되고 있었던 것인지 따뜻한 물 속에 들어가 있어도 쉽게 몸이 데워지지 않더라.
그렇게 물 속에 잠긴 살갗이 빨갛게 익고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흐를 때까지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그고 한참을 기다렸다.


요즘, 신경쓰이는 것도 많고 고민할 것도 많고 결정할 것도 많았던 요즘.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들인데, 행복하기 위해서 너무 괴로운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의 모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닌데
요즘 나는 눈 옆으로 가림막을 친 경주마처럼 오직 그 하나의 행복의 모습에 너무 몰입해서
마치 그것 아니면 다른 것은 모두 행복이 아니라는 식으로 지내왔던 것은 아닌지.
물 속에 앉아 그런 생각들을 했다.


정말이지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고, 이렇게 안된다면 저렇게 행복하면 되지.
너무 하나의 방향과 목적에 얽매여서 그 남은 시간들을 다 불행하게 보내지는 말자.
그게 말처럼 쉽진 않다고 해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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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쉽지 않은 나날들
서른 후반이라 그런가- 인생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것도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괜시리 작년 가을부터 뭔가 인생의 기운이 막혔나 싶기까지 할 정도로.

앞이 꽉 막힌 것 같은 기분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들
그리고 따라와 주지 않는 운들
그런 가운데서 나는 이것이 인생이라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온 힘을 다해 애를 쓰고 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아가려고 받아들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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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이렇게 예민한걸까.
남들은 떠올리지도 않을 걱정거리로 불안해 밤잠을 설치고
남들은 한 귀로 듣고 흘릴 얘기들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괜찮다는 전문가의 판단이나 실제 괜찮은 결과가 나올때까지 안절부절하는
내가 너무 피곤해.
그 불안과 걱정과 조급함을 느끼는 것도 피곤하고
가끔은 그런 불안, 걱정, 불편함에 잠식당해 일상생활이 완전히 헝클어지기까지.
여기서 빠져나오려고, 떨쳐보려고 애를 쓰는 것도 누적되니 너무 피곤해.

결혼을 기점으로 도리 덕분인지 많이 느긋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몇 개월동안 눌려져왔던 신경들이 다 곤두서버린 것 같다.
이런 내가 정신적으로 너무 피로한 나머지
내 몸안에서 가시가 돋아나 내 살갗을 뚫으려는 것마냥 아프다 아파.
이 널뛰는 신경들이 좀 가라앉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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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이치

■ 삶/IV. 삶 2024. 1. 23. 11:35


작년에 우리 회사 사람들과 Quartet을 결성해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한 것을 기점으로,
바이올린을 다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바이올린 대신 첼로를 새로 배워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캐롤연습을 하면서 오히려 바이올린의 높은 E현 소리가 좋아져서 결국 바이올린을 다시 하기로)


그래서 작년 연말에 숨고랑 바친기 카페를 통해서 레슨 선생님을 열심히 찾았는데
의외로 조건이 잘 맞는 선생님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거기다가 숨고로 찾은 12살이나 어렸던 바이올린 전공생이 시범 레슨을 잡아 두고 두 번이나 당일에 펑크를 냈다.
심지어, 한 번 미루고 다시 잡은 레슨날에는
레슨 시작 2분 전에 연락이 와서는 지금 일어났다고.
서울대 출신이라서 실력과 성실함은 기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뒷통수를 맞았다.


이 친구 때문에 바이올린 배우는 걸 때려칠 뻔 하다가,
결국 우리 Quartet에서 오보에를 하는 팀장님 딸들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 분을 소개받아서 2024년 부터 드디어 레슨을 시작하게 됐다.

번쩍번쩍 닦은 바이올린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아마도 중학교 2학년때까지 바이올린을 했던 것 같은데
그 때도 풀 타임으로 바이올린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래저래 이십여년 만에 다시 시작한 바이올린.
오래 쉬었던 만큼 레벨을 많이 낮춰서 시작할 줄 알았는데
나에게 스케일, 에튀드, 소품곡 다 시켜본 선생님은 (내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수업을 시작하셨다.
그 결과 지금 많이 지지직거리고 버벅거리고 있음 ^_^.....

진도 카드 쿄쿄쿄


아마, 악기를 배워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기억이 있을텐데
어릴 때 악기를 배우면 사과에 빗금을 긋거나 색을 칠하거나, 그런식으로 연습양을 체크했었다.
나는 그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모두 병행하고 있었는데
악기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배우는 책의 권 수가 늘어나고 연습해야 하는 곡의 길이도 비례해서 길어진다.
그 모든 것을 하루에 5번씩 연습하려면, 솔직히 하교하고와서 저녁먹을 때까지 하루종일 연습만 해야하는데
어린 나이에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게 연습하는 것은 무리 그 자체였다.
당연히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늘지만 전공할 것도 아니고, 즐겁게 익히는 정도면 충분했는데.

어쨌든, 어린 나이에 집에서 엄마가 매일 들으며 체크하니 연습하는게 고역이었는데
(5번 해야할 것을 4번만 연습하면 듣고 있다가 연습 덜했다고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엄마가 집에 없는 날은 연습을 대충하거나 아예 연습을 안하고서 했다고 거짓말하고 혼나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께 연습량을 줄여달라고 하거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격일로 연습하겠다고 했었어야 했는데
어리고 순진해서 그 선생님들이 내주는 숙제하느라 혼난 기억밖에 없네. :P


어쨌든, 지금은 아무도 나보고 연습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연습을 덜했다고, 또는 안했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오후 6시가 되면 칼퇴를 하고 집에 달려가서는
하루에 1시간씩 바이올린 연습을 한다.
막상 연습을 해보니 내가 성에 차는 만큼 연습하려면 1시간도 짧다.
그래도 저녁도 먹어야 하고 8시가 넘으면 옆집에 민폐일것 같아서
내가 주중에 연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은 딱 1시간 뿐.


또, 스케일, 에튀드, 소품곡 중에 스케일 연습을 제일 먼저 집중해서 하는데, 사실 스케일 연습이 제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하지만,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기본기가, 사실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이만큼 살아보니 누가 말로 하지 않아도 내 머리와 내 몸이 절절하게 알고 있더라.

어릴 땐 멜로디가 있고 화려한 곡들을 연주하는게 당연히 더 재미있고 그것만 하고 싶었는데
요즘엔 그 곡들을 더 잘하기 위해서 기본기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니
동기부여가 되어 기본기 연습이 더 재미있다.
(아 물론 표면적 의미의 재미는 아니다. 내가 조금씩 발전한다는 관점에서 재미있다는 것)


무언가를 숙련되게 잘 하려면
아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리고 그 중에서도 기본기를 다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한다는 것도
모두 깨달은 그런 나이가 되었는데
정작 이걸 아는 이 나이에는 그 연습을 충실히 해낼 시간이 없구나.

시간이 많았던 어린 나이에는 연습을 왜 해야하는지를 몰랐고.
그런 관점에서 아직 충분히 연습을 못했는데 시간이 쫓겨서 부랴부랴 악보를 접을 때면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어.
이렇게라도 해야지.
하루에 한 시간. 안되면 30분. 그마저도 안되면 10분.
그렇게 소소하게, 대신 꾸준히 하다보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최선의 결과가 나오겠지.



어쨌든, 올해 1년이라도 꾸준히 배워고 연습해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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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

■ 삶/IV. 삶 2023. 11. 17. 16:22

 



지난 주 화요일 오후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던, 마음의 고통
이렇게까지 흘러가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에 더 악화되어 버린 감당 불가의 나날들
불을 끄면 몰려오던 불안함, 불안함에 떨리던 온 몸, 잠은 오지 않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던 밤들.
눈을 떠 모니터를 보고 있지만 긴장감에 땀으로 마우스를 흥건히 적시던 낮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오늘 아침 그 문제가 해결되었고
비로소 불안함에 떨고 불안함을 억누르고 있었던 내 마음도 평화로워졌다.
해결까지 시간이 더 오래걸릴 수도 있었고 일이 더 악화될 수도 있었는데
여기에서 해결되어서 다행이었다.  
막상 문제가 해결된 직후에는 마음에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해지던지,  
그래, 이게 원래 평소의 내 마음상태였지.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나도 컨트롤 할 수 없는 내 마음아.

그 동안 평온한 삶을 지루하다고 불평하고, 작은 좌절에도 크게 상심했었는데
지루하리만큼 평온한 삶, 상심하는 정도의 작은 좌절만 있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달았다.
그 동안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걸 견디지 못했었는데, 내 인생이 내 계획대로만 되어야 한다는 그 마음이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도.
지금까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내 삶에 더 감사하고 또 내 계획대로만 될 수 없는 인생 앞에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
글로 적으면 뻔한 얘기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소감을 꼭 적어놓고 싶다.


남은 2023년은 좋은 일만 있길 바라면서 잘 마무리해야지.
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모든 분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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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 삶/IV. 삶 2023. 11. 8. 17:06



내가 너무 행복에 겨웠던 것일까?
알고보니 심각하지 않은 일인데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심통이 나서 그런 것일까?
인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일깨우기 위한 시험인걸까?
앞으로 투덜대지 않고 감사하게 살테니 여기까지만 시험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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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모님 아파트가 이제 시공을 거의 마무리해서 사전점검을 한다고 해서 도리와 함께 구경할 겸 다녀왔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는데 부모님을 포함해서 소중한 보금자리를 확인하러 가는 집주인들의 마음들은 얼마나 설렜을까 싶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아직 상가를 짓는 중인건지 단지 앞은 공사판에 어수선했고 사전점검을 하러 온 차들이 길게 줄지어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몇동 몇호라고 말하니, 차 앞에 동을 표시한 표지판을 올려주었고 인원수에 맞춰 놀이공원에서 찰 법한 종이팔찌를 나눠주었다.
차를 주차하고서, 엄마에게 전달받은 동호수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초인종을 누르니  먼저 들어와있던 아빠엄마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동남향 집은 정오 즈음의 햇살이 들어와 화사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

 

한 폭의 그림같은 거실뷰

 

실물은 요런 뷰!



여기 서울 한복판이 맞나 싶은 알록달록 가을빛이 들어가는 너무 예쁜 뷰였다.
건물 앞에 가리는 건물 하나 없이 탁 트여있어 답답함도 없고 햇살도 잘 드는 데다가
그 앞으로는 산이 있어 집에서 사시사철 자연을 오롯이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조건인데 그걸 우리 부모님 집이 해냈다니!
심지어 이미 완성된 집을 보고 산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였는지, 집을 방문한 부동산에서 오늘 사점점검으로 돌아본 집 중에 가장 뷰가 좋다면서, 너도 나도 부모님 집 거실 뷰를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 찍고 수십 번을 찍어갔다.  
내 집도 아닌데 괜히 뿌듯.....

플랜카드 문구는 우리끼리

 


아, 사점점검을 하면서 뭔가 엄마아빠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서 플래카드를 준비해서 갔다. 그리고 엄마아빠를 선동해서 기념사진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끼리 사진도 찍었다.

내가 플래카드를 펼치니, 엄마는 이런 걸 왜 만들었냐고 하면서도 우리 딸 답다며...
(엄마 이거 칭찬이져?)

나도 안다. 이 플래카드가 별 의미 없다는 것을. 이게 부모님 첫 집도 아니고.  아파트 사전점검도 그냥 하나의 절차일 뿐이라는 것도.
하지만,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 속에 우리 가족이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달까?

언젠가 시간이 많이 지나 저 플래카드를 보면서,

우리 사전점검하는 날 이런 일 있었지, 저런 일이 있었지. 부동산에서 우리 집 뷰가 좋다고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어갔지. 딸이 저런 플래카드도 준비해 왔었지 하면서 이 날을 즐거웠던 하루로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살아보니, 가족이라는 존재가 참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부대끼며 지내온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나 진짜 철들었나 봐)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나라서, 가족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결혼과 함께 독립한 이후로 원래 가족과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간을 맞춰 만나야 하는 사이-혹은 환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환경 변화를 겪고서야, 우리가 원래 가족으로 새로운 추억을 쌓을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살 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사전점검의 날이 우리 가족에게 (동생은 일하고 있어서 못 왔지만) 특별하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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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한참 지난 것 같은데도 더위가 물러날 기미가 없더니,
이제 제법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도 여름 옷을 입고 다녀서 그런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네.
실질적인 내용은 틀리지 않았지만, 어떤 순서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좀 다르구나.

어쨌든, 요즘 드는 생각이 그렇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생각.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SNS에서도 그렇고 모두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해보이지만
사실 저마다 크고 작은 어려움, 아픔, 슬픔 등을 갖고 있다는 것.

뻔한 얘긴데, 이 뻔한 얘기에 마음 깊이 공감되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인가.

그래서일까,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삶의 본질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은,
그냥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
이라는
(뻔한) 결론을 떠올리고 또 떠올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정답인 것 같다.

어짜피 일어날 비극은 일어나고,
때로는 아니, 대다수의 비극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 비극의 크기가 너무 커서 감당하기가 어려운 날들도 있겠지만,
그것이 인생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시간을 내어 열심히 운동하고,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거나
내가 성취하고 싶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의 하루를 나를 위해 살아가는 것.

나는 요즘 그런 마음으로 산다.

이렇게 쓰면, 요즘 나한테 무슨 안좋은 일이 있나 의아한 사람도 있을테지만
사실 아무 일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또 행복하게 살고 있고
그런 날들이 조금씩 쌓이다보니
소소하게 행복한 날들의 집합이
내면의 단단한 힘이 되어주는 것을
비로소 느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들 행복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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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냈다.

사실 절실하게 쉬고 싶은 것은 지난 주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 주에 쉬게 되었다.

휴가는 냈는데, 어떤 특별한 계획이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집에서 밍기적 거리고 싶지는 않고.

최근, 라울 뒤피 전시를 볼까 했다가 전시기간이 종료되는 바람에 놓친 기억이 있어

다른 괜찮은 전시회가 있나 싶어 검색했다가, 환기미술관에서 김환기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서

점점화(點點畵) 전시를 며칠 전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침 김환기 화백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기도 해서 (지금 우리집 거실에 걸린 작품이 김환기 화백의 1950년대 작품이다) 

망설임 없이 가 보기로 했다. 

 

사실, 그 동안 휴가는 뚜렷한 목적이 있을 때만 내기도 했고, 또 휴가든 휴일이든 시간이 나면 대개 도리랑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짬내어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느라 최근 몇년 간 오롯이 혼자만의 긴 하루의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면서, 환경도 변하고  삶의 우선 순위가 바뀌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은 항상 다른 일에 밀려왔던 것이다.

오늘도, 시간이 난 김에 엄마랑 식사를 할까 아니면 엄마랑 전시회를 같이 갈까도 잠깐씩 충동이 일었는데 

오늘만큼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누군가와 교류하지 않고, 내 마음 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닥나버린 에너지를 차곡차곡 채우고 싶었다. 

 

휴가인데, 출근할 때 보다 30분은 일찍 일어나 회사 근처에 새로 등록한 골프 연습장에 가서

아침 9시부터 골프레슨을 받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점심을 차려 먹었다. 

원래 계획은 점심을 먹자마자, 환기미술관에 갔다가 어디 풍경이 좋은 카페에 가서 블로그를 쓰는 것이었는데

환한 대낮에 집에 혼자 있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 순서를 바꿔 집에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블로그를 한 편 썼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데도, 자꾸만 콧노래가 나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모처럼만에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신이 났었나보다. 

아니면, 내 시간을 내가 주체적으로 쓰다는 느낌이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사회가 정해준 출근시간에 맞춰, 팀장님이 배정해주는 일을, 현업이 요구하는 시간 안에 해내야 하는 삶을 살다가

나의 바람과 필요에 따라, (남편과 조율하는 일도 없이) 내 시간을 어떻게 쓸지 결정할 수 있어서.

 

그렇게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어 나의 세계에 빠져있다가 오후 3시쯤 환기 미술관으로 향했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내려서 부암동 골목을 걸어 올라갔는데 

평소 올 기회가 없었던 낯선 동네, 낯선 풍경, 낯선 가게들.

도리와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빠르게 지나가버려 잘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던지. 

호기심을 몽땅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도리와 함께 다니며 도리와 교감하고 대화하다보니

오히려 그만큼 세상에 눈을 돌리기 어려워서였을까?

나혼자 오롯이, 어떤 생각이나 감정도 뱉어내지 않고 내 안에 머물게 두며 구경하고 또 걷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렇게 환기미술관에 도착했다. 

언덕길을 걸어오른 숨을 잠시 고르고, 점점화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본관에 들어갔는데

때마침 도슨트 프로그램이 막 시작하고 있어 운좋게 해설과 함께 김환기 화백의 작품들을 감상을 시작했다.

 

이번 점점화는, 1970년부터 1974년까지 김환기 화백의 점화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보는 전시이다. 

작품설명은 1층에서부터 시작하여 3층으로 올라갔다가 2층, 그리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며 진행되었다.

김환기, &lsquo;무제&rsquo;. 코튼에 오일, 86&times;61cm. 1967. 사진=케이옥션

 

김환기 화백의 점화는 그가 뉴욕에 머물던 196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처음에 그는,  뉴욕 타임즈 신문지 등에 유화물감으로 점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의 작품들을 보면, 점 하나하나가 또렷하고 그 존재감과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232x172cm oil on cotton 1970)

 

1970년즈음이 되면 김환기 화백의 유명한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같은 작품이 등장한다.

이때만 하더라도, 그의 점화는 동그란 점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하얀색 사각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구성이 단순한 평면의 느낌을 준다. 물론, 점의 색과 농도를 달리해서 높낮이가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말이다. 

 

1971년도 작품에서부터는 점화의 평면구성에 변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점으로 만들어진 가로선의 나열 구성에서, 화면을 사선으로 분할하기도 하고, 동심원 형태로 뻗어나가기도 하고. 

그리고 초반 작품에서는 점 하나하나가 또렷한 느낌이었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의 밀도가 높아지고 점 하나하나의 개성은 약해지면서, 

점화의 점들이, 점보다는 선으로, 선보다는 면으로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제 14-XII-71 #217, 1971, 출처 환기미술관
무제 14-Ⅲ-72 #223, 1972, 출처, 환기미술관

 

그러다가 1973년이 되면, 점화에 또 다른 변화가 나타는데 그 동안 화면에 빈틈을 주지 않고 구성에 변화를 주었다면

1973년도 작품부터는 구성의 경계가 되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비워놓아 그 변화가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작품들이 주로 1971년에서부터 1972년 작품들이었는지 보자마자 친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1973년이후의 작품부터는 처음보는 작품들인 것 같았다. 

1973년 이후의 작품들은 많이 알려진 작품(a.k.a. 경매에서 비싼 가격에 낙찰된 작품)들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내 눈에 익은 작품들이 아니라서, 신선하고 새로워서 좋았다. 

그 중 아래 그림은, (작가가 의도한 바를 알 수 없으나) 나뉘어진 모습이 구릉같기도 하고 

김환기 화백이 뉴욕에서 우리나라의 산세를 생각하며 그렸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16-IX-73, #318, 1973, 출처 환기미술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환기 화백은 1974년 7월에 수술을 받고서 돌아가셨다) 1974년 작품에는

또 다른 변주가 나타는데, 화면을 분할하는 하얀색 틈 가운데 작은 동그라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몸이 좋지 않아서였을까? 그 동안의 작품들은 굉장히 컬러풀하고 비비드한데 1974년 작품들의 색감은

굉장히 어둡다. 아래 작품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7-VII-74, 1974, 출처 환기 미술관

 

이렇게 약 30분간의 도슨트 설명이 끝나고 나서 이번 점점화의 포스터를 보았더니,

(단순히 색감을 고려한 배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한 것이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된 김환기 화백의 작품들

 

도슨트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시 한 번 찬찬히 작품들을 혼자서 감상해보았다.

평일이면서 관람 마감시간에 임박해서였을까 전시관 내부는 사람이 거의 없어 고요했다.

마치 내가 이 전시관을 대관해서 혼자 관람하는 것 마냥.

사람이 없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환기 미술관이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데, 

(SNS의 시대에 인증샷을 남기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 아름다운 작품들에 온전히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지난 여름, 파리에 놀러갔을 때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러 오랑주리 미술관에 갔었는데,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보다, 그 그림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다 인증샷만 찍으러 온 것 같았고, 틱톡인지 릴스인지 영상을 찍겠다고 그림앞을 수십번 걷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그것대로 싫었는데, 또 나도 괜히 인증샷 한 장 남겨야 한다고 부화뇌동해서

인증샷 찍을 틈을 찾은라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모네의 연작을 집중해서 보지 못하고 마음만 조급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운좋게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점점화 전시에 대한 설명까지 듣게 되어서 더 흥미롭고 알찬 관람이었다.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림 자체가 주는 영감이 있어서 해설이 없어도 충분히 좋았겠지만

해설 덕분에 점화를 실험하던 시절부터 점화를 완성하고 이를 변주해나가기까지의 

그 시간과 변화의 관점에서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오늘, 하루 혼자 있는 시간도 좋았다.

남들이 다 일하는 시간에 여유롭게 골프 레슨을 받고, 

환한 낮에 버스를 타고서 차창밖으로 잘 모르는 서울 동네를 구경하고, 

한적한 부암동의 골목을 두리번 거리며 걷고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보고 느꼈던 시간. 

정말이지, 나를 채우는 시간이었다. 충만하고 행복했다. 

(충동적으로 미술관 샵에서 김환기 화백의 뉴욕시절에 대한 책도 사들고 나왔다.)

 

환기 미술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가는데,

문득 이렇게 아직까지 좋아하는게 남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매일 똑같은 루틴의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현재의 삶이 안정적이고 행복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열렬히 좋아하는게 없어져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한 순간에 깨달은 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깨달았고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것을 인정해버리고 있었던 나였다.

그런데 오늘, 아주 오랜만에 내가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정말 나를 채우고 힐링하고 사랑하는,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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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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