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의 동쪽 끝 에스플라나디 공원에서 다시 우리의 안장맞춤 자전거 City Bike를 타고서

헬싱키의 도심을 가로질러 서쪽의 푸르른 공원지대에 접어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헬싱키 정말 작구나!

 

 

 

 

헬싱키의 서쪽 해변가를 따라 달리는 기분.

아마도 지도상으로는 바다인 것 같은데 울퉁불퉁한 지형 때문에 작은 호수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호수가 맞을지도 몰라.

 

한적한 해변가를 따라 헬싱키 사람들은 가볍게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고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해변가를 따라 계속 페달을 밟아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만난 빨간 카페 Regatta!

 

 

 

파란 하늘 아래 빨간 칠이 인상적인 카페 Regatta

 

 

건물은 굉장히 작아보이지만 (작다!) 실외에 넓은 파티오석이 마련되어 있어서 앉을 곳은 넉넉하다!

 

 

파티오 석에서 바라본 뷰! 아름다운 뷰!

 

 

이렇게 예쁘게 꽃으로 단장된 화단과 테이블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하늘과 바다와 꽃과 햇살과 그리고 코코아 ♡

 

 

 

 

사실 카페 Regatta가 유명한 이유는 이 아름다운 경관과 아기자기한 카페 건물의 풍경보다도 이 곳에서 파는 시나몬 롤 때문이다.

시나몬 롤 말고도 여러가지 빵을 파는데, 이 시나몬 롤이 유명해서 다들 작은 건물 안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커피를 비롯한 여러가지 음료도 같이 파는데 사실 음료 퀄리티는 다른 헬싱키에서 마셔본 다른 커피들에 비해 별로...(...a)

 

 

 

 

 

두둥! Regatta에서 파는 시나몬 롤 등장!!!!.

겉은 상당히 바삭하게 구워져 나오는데 겹겹이 시나몬이 발라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꽤 담백한 편이다.

그리고 찐득한 아이싱대신 견과류가 오도독 오오독 뿌려져서 바삭한 씹는 감도 있다.

전체적으로 시나몬 롤이 담백한 느낌 :D

사실 시나몬 롤이라고 해서 캐나다에서 먹던 아이싱이 뚝뚝 흘러내리는 쫀득한 시나몬 롤을 생각했는데 (칼로리 폭탄)

핀란드의 시나몬 롤은 시나몬을 둘렀지만 훨씬 고소하고 담백했다.

한 개 먹어도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

(사진 보니까 먹고 싶다..................)

 

그러나 내게는 아이상 처발처발하고 꾸덕꾸덕한 북미식 시나몬 롤이 너무 충격적인 첫인상을 남겨서인지

이거 하나 먹으러 찾아오기에는 조금 밋밋하다는 느낌이...

 

 

 

 

 

 

바닷가인지 호숫가인지 알 수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 기온은 꽤 춥다.

그래서인지 여름인데도 빨간 담요가 준비되어 있던 카페 Regatta.

나같은 한국인까지 찾아오니, 당연히 외국인들에게도 굉장히 인기있는 카페인 듯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잔잔한 바다(혹은 호수)를 보면서 시나몬 롤을 먹으면서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D

그런데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하는 건데 나는 아침에 갔던 카페 Carusel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여기 Cafe Regatta도 나쁘지 않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약간.

 

......서울에서 두물머리에 놀러 나온 느낌?.........

...나.....는 이쁘장한 것도 좋지만 모던한게 더 좋아.........흠흠

결국 카페도 시나몬롤도 풍경도 그냥 그렇다는 결론이 되었네...(...)

 

 

 

파란 하늘에 펄럭이는 헬싱키 국기

 

 

 

우리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헬싱키 도심을 가로질러 디자인샵 거리에 도착했다.

나는 여행할 때 되도록이면 구글맵보다 종이 지도를 보고 그 도시의 구조나 도로 이름을 머릿 속에 넣어두는데

종이 지도를 들고 길목 마다 두리번 거리니까 (넘나 관광객인 것..) 

친절한 헬싱키 시민들이 먼저 다가와 길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친절도 하여라 ♡

 

그런데 아뿔싸....

 

시간이 6시 조금 넘었고 밝기로만 본다면 아직 해가 중천인데

북유럽 복지국가의 가게들은 이미 다 닫았구요...ㅜㅠ....

여기도 저녁에 할 게 없는 동네구요....................

 

여행하실 분들은 꼭 영업시간을 미리 잘 확인해보시길 바랄게요.

그래서 우리는 내일 다시 날 밝으면 다시 와서 구경을 하기로!

 

 

 

 

 

 

 

상점들은 이미 다 닫았지만 굶고 살 수는 없는 법!

우리의 저녁식사는 바로 헬싱키의 핫플레이스,  마스터쉐프 핀란드 우승자가 운영하는 NAUGHTY BRGR (너티버거)!

그래, 오늘 저녁은 너로 정했다!

마침 우리 숙소에서 겨우 두블럭 떨어진 곳이라 오가면서 몇 번 보았는데

핫 플레이스 답게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빡빡하게 앉아있었다.

인테리어는 캄캄해서 약간 Pub같은 분위기!

 

 

 

 

 

 

가게 닫고 너네들 다 여기 와서 앉아있구나.

다행히 우리도 가게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이때부터는 일기를 안써서.....정확히 뭘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사진을 보니 (당연히) 햄버거를 먹었군요?

 

 

 

 

버거 종류로는 가장 기본인 너티버거(Naughty), 베이컨 버거, 머쉬룸버거, 뉴욕치즈 버거 등등이 있는데

난 시그니처 메뉴인 너티버거를 먹었(....을 것이)..다..99%의 확신으로.

사실 지금은 내가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맛이 기억이 날리가 없...

하지만 맛있었던 건 분명하다.

다음날 헬싱키에 도착하는 지인오빠에게 강력추천해줬었기 때문...(..)

 

 

그렇게 우리는 하루종일 우리의 맞춤안장 자전거를 끌고서 온 헬싱키를 다 쏘다니고서

이틀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로, 너무나 만족스럽고 행복한 하루였다고 자화자찬하며

밤 10시가 되어서야 자전거를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만해도, 온통 하얗게 칠해진 숙소가 휑하고 을씨년스러워보였는데

이렇게 세명이서 하룻밤 자고 나갔다 왔더니, 어느 새 사람사는 집인것처럼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원래 아무 계획이 없었다지만,

사실은 헬싱키에서 배 타고 바다 건너 에스토니아 '탈린'도 가려고 했고,

'탈린'까지는 아니지만 섬에 지어져있다는 요새, '수오멘린나'에도 가보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 모든 '하기로 한 계획'을 접었다.

헬싱키에서의 우리 계획은 하기로 한 것대신 그냥 내키는 대로 하며 보내는 거야!

 

 

자, 이제 내일은 뭘 할까?

난 또 카페 카루셀에 가서 앉아있을 것인가?!

우리는 또 자전거를 탈 것인가!

 

 

 

오후 일정 정리 : 도심을 가로질러 Cafe Regatta → Naughty BR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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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살하고도 5개월이 지나간다.
지금 회사에서도 만 4년차가 되었다.
유난히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섰던 2016년 겨울과 2017년의 봄을 보내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았을 때
짜증으로 칙칙해져 폭삭 늙은 것만 같은 내 얼굴을 보았다.

20대처럼 어리고 생기발랄한 나이는 아니어도
꾸미지 않아도 빛나는 절세미인은 아니어도
나는 항상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던 것 같은데
거울 속의 나는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마음이 지쳤고
내적으로는 어른이 되는 성장통에 아프고
외적으로는 어려선 없던 알러지에 피부가 간지럽고 따가워 아프니
만사에 삐딱하기만 하고 웃고 싶지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웃기를 스스로 거부했던 것도 같다.
제발 나 좀 건들지 말라는 얘기를 인상 쓴 얼굴로 대신했다.

그러다 거울을 봤을 때,
딱딱하게 굳어 있는 내 얼굴이
못생긴 것보다도 늙어가는 것보다도
더 안타깝고 께림칙한 얼굴이란 걸 깨달았다.

나는 무표정마저 아름다운 냉미녀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눈가에 주름이 지고 피부가 늘어지겠지만
그리고 그 사실은 바꾸지도 막지도 못하겠지만
웃는 얼굴은 내가 할 수 있는 거잖아.

어른이 되니 웃을 일이 많이 없다고 투정하지만 말고
그냥 아무 일이 없어도 입꼬리를 올려보기로 했다.

입꼬리는 올라갔는데 광대근육이 뻑뻑하다.
하지만 며칠 입꼬리를 열심히 올렸더니 그 다음엔 광대근육이 웃고
뒤이어 자연스럽게 눈도 웃게 되었다.

광대 근육과 눈까지 웃고 있으니 언젠가 어디에선가 즐거웠던 느낌이 되돌아오는 것 같다.
웃는 척 하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괜시리 정말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이 볼록한 광대근육이 마치 즐거운 기분을 소환하는 버튼 같아.


우리 웃을 일이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이더라도
눈가에 하나씩 주름이 지고 거울 속 모습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져도
미소를 잃지 말자.
그럼 분명 웃고있는 주름마저도 아름다운 내 얼굴을 갖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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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난 주에 약 10주간 준비했던 시험이 끝났습니다. (야호)

낮에는 일하랴, 저녁에는 공부하랴, 주말에는 학원다니랴...(..)

도저히 여행기를 쓸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 틈틈이 남은 핀란드 여행기를 써야지요.

핀란드 여행부터는 귀찮았는지 피곤했는지 일기가 없...어서 10개월 전의 기억에 의존하면서 쓰게 생겼네요.

그나저나 비행기와 숙소까지 다 결제해놓은 여름 휴가가 굉장히 불확실해지고 있어서 마음이 굉장히 불안합니다.

제발 무사히 여름휴가까지 잘 다녀와서 계속 여행기를 쓸 수 있기를!

 

 

 

 

어제 오후 (.............무려 10개월 전 이야기를 '어제'라고 쓰니까 엄청 어색하네.....-_-)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헬싱키까지 고속열차(알레그로)를 타고서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했다.  

고속열차로 고작 3시간 30분 거리.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헬싱키 중앙역에 내리자마자 청량하다 못해 차가운 공기가 여긴 또 다른 세상임을 온 몸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중앙역에서부터 예약해둔 에어비앤비까지 멀지 않은 거리라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중앙역 앞에서 대기 중엔 택시가 모두 검은색 벤츠다...

대박 벤츠택시...

간지난다....

그런데 왠지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우리나라 모범택시일것만 같아....

게다가 여긴 북유럽이야...5분가는데 요금이 5만원일 수도 있는 나라야...

(그러나 후에 우리는 택시가 아니라 엄한데서 어마어마한 물가(?)를 실감했다.)

 

 

결국 쫄보 셋은 벤츠택시에 지레 겁먹고 에어비앤비까지 걸어가고야 말았다.

그렇게 도착한 날은 일단 짐을 풀고 쉬면서 3일간 헬싱키에서 무얼 할지 고민하다 

아무 대책없이 잠이 들었다.

 

 

러시아 여행은 준비를 꽤 했는데 헬싱키는 가이드북 1개도 읽어보지 않았다.

말그대로 무계획, 무정보, 무대뽀로 도착한 헬싱키.

3일 동안 이 곳에서 무얼하게 될지 새삼 (이미 알고있지만) 궁금해지네.. 

 

 

 

 

 

 

모두들, 굿모닝! Hyvää huomenta!

라고 쓰고 뭐라고 읽는지는 모르겠으나 구글에 돌려보니 알려줍니다. 히바아~후아멘다~

이게 바로 혹시 휘바휘바?

 

 

삼無 (무계획, 무정보, 무대뽀) 정신의 헬싱키 여행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히에타라하티 마켓 (Hietalahden tori)에서부터 시작했다.

히에타라하티 마켓(Hietalahden tori)은 헬싱키에서 열리는 유명한 벼룩시장 중에 하나인데

정작 우리는 아무 정보가 없어서 우리 숙소 앞이 바로 히에타라하티 마켓인지도 몰랐다는 거!

다만, 아침에 창문을 열어 보니 이른 아침부터 주차장에 사람들이 주섬주섬 물건을 꺼내놓고 있어서 장이 서는 정도를 눈치챘을 뿐. (ㅜ.ㅠ)

게다가 우리도 너무 일찍 나오는 바람에 아직 물건을 꺼내놓은 상인도 몇 없어서 무얼 구경할 수도 없었다.

 

 

 

 

 

오, 그런데 바로 히에타라하티 마켓 옆에 눈에 확 띄는 노란색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나와 K가 샌디에이고에서 만끽했던 자전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자전거 대여소도, 자전거 타는 문화도 아니어서 차마 즐기지 못했던 그 자전거!

바로 헬싱키의 따릉이 같은 공용자전거, City Bike 였다!

역시 자전거의 천국 헬싱키.

(그러나 나는 자전거의 천국이 나를 지옥으로 끌고갔다....)

 

헬싱키의 City Bike는 신용카드와 인터넷만 되면 외국인도 손쉽게 이용할 수가 있다.

검색해보니 Daily pass가 24h 5유로였다.

5유로? 헬싱키 대중교통 1day pass보다 싸잖아?

값도 싸고 자전거도 타고 이렇게 좋을 수가!

신난 우리는 Daily pass를 3개 결제했고, 각자 마음에 드는 노란색 자전거를 하나씩 골라들었다.

북유럽아이들의 평균신장 때문에 자전거 안장이 허리춤을 넘는게 다반사라 깔깔거리며

우리에게 닥쳐올 카드값은 꿈에라도 생각지 못한 채

기쁜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꼼꼼하게 규정을 읽어봤어야 했다.

서울시 따릉이도 1시간에 1천원이지만 30분마다 1천원씩 추가되는데

이 살인적인 물가의 북유럽에서 자전거 1대를 하루종일 5유로씩만 받고 빌려줄 리가 없잖아?

자세한 이야기는 지옥이 펼쳐질 때.... 

 

 

 

 

 

정말 헬싱키는 자전거의 천국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공기도 쾌청했다.

콧노래가 절로 났다.

우리는 항구를 끼고 남쪽으로 달려서 요트 정박지에 도착했다.

 

자전거가 타고다닐 땐 좋은데 사실 실내에 들어가 있으려면 주차시켜놓는게 조금 번거롭다.

근처에서 City Bike 정류장을 찾아서 반납하고 나중에 다시 대여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여기 북유럽 애들이 맞춰놓은 안장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서....(-.-)a

주차할 때마다 반납하고 다른 자전거로 바꿔서 타면 매번 안장을 낮추기가 귀찮을까봐

우리는 우리의 아담한(?) 키에 맞춰진 우리 자전거를 사수하기로 했다.

우리의 키가 아담했던 것이 이 모든 지옥의 시작이었달까.....

 

우리는 헬싱키 시민들의 대쪽같은 양심(?)을 믿고

자전거를 어디 한 구석에 묶어놓고서는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이름은 카페 카루셀 (Cafe Carusel)

 

 

 

 

나는 라떼를 주문했다.

헬싱키의 물가를 처음 맞닥뜨리는 것이었는데

에, 생각보다 커피가격이 우리나라 커피가격이랑 비슷해서 안심이 되었다.

커피 한잔에 막 1만원, 2만원 할 줄 알았는데 한 5~6천원 정도?

 

 

라떼를 들고서 창가에 앉았다.

한 모금. 라떼를 마셨다.

아이씨. 천국이 따로 없다.

 

 

 

" 라떼의 첫 맛은 조금 쌉싸름하지만 따뜻한 스팀밀크에 섞여들어간 커피맛이 깊고 풍부하다.
한국을 떠나고 열흘만에 느껴보는 깊은 커피맛이다.

지금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조금은 슬픈 마음까지도 든다.
청량한 공기, 쾌청한 하늘, 파란 바다와 녹음짙은 나무와 잔디밭.
이런 풍경은 세상에 밴쿠버뿐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세상 반대편에 이런 곳이 또 있다.

이 곳도 너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다.
사람의 마음을 한 순간에 사로잡아버린다.
오래도록 이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을만큼. "

2016. 08. 11.
Helsinki, Finland

Travel note

 

 

 

 

창 밖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도저히 실내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았다.

아, 정말 이리보아도 아름답고 저리 보아도 아름답다.

어느 쪽을 바라보고 앉아도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여기 이렇게 앉아서 황홀해하는 사람은 나와 K와 J밖에 없다.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여기 사람들은 이 풍경이 너무나 당연한가보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3일 내내 여기만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이렇게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데 커피까지 맛있는 곳이라면

여기에서 한달 정도 머무르면서 이 청정한 자연과 아담한 도시와 맛있는 커피를

내 삶의 일부처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친다.

 

 

러시아도 좋았지만, 여기 헬싱키는 환호성을 지를만큼 좋다.

러시아는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라면, 헬싱키는 살기에 좋은 곳 같다. (살아보지 않았지만)

 

 

 

 

 

마음같아서는 천년만년 여기 바다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아무 계획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우리 계획이기에

일단은 자리를 털고 다시 자전거를 끌고 해안가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면서 한 손으로 찍은 사진 후훗.

보다시피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자전거로 달리면서 깨달은 건데 -

여기 헬싱키 진짜 작다?........

솔직히 자전거만 있으면 대중교통 탈 필요도 없을 정도고,

어디 멀리 안다니고 골목골목 탐험할 생각이면 맘만 먹으면 걸어서도 다 다닐 수 있어....(내가 그랬음)

 

어쨌든, 달리다보니 1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우리는 가장 유명한 마켓광장 (market Square), 카우파토리(kauppatori)에 도착했다.

일단 또 근처철망에 아담한 높이의 안장이 장착된 자전거를 잘 세워두고 카우파토리를 둘러봅시다.

 

헬싱키의 카우파토리는 배에서 가져온 갓 잡은 생선이나 주변에서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이 주로 거래되며,

모여드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기념품과 먹거리도 함께 판매된다.

시장은 매일 오전 6시반부터 오후 2시까지 열리며, 5월~9월 사이의 여름철에는 야시장이 열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핀란드의 상징물인 '발트해의 아가씨'라고 불리는 조각상과 분수대.

 

 

 

아침에 만난 히에타라하티 마켓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관광명소의 느낌이 강한 카우파토리.

야채, 과일 뿐만 아니라 각종 핀란드 기념품, 수공예품도 팔고 시장답게 맛있는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게 팔고 있다.

 

 

 

 

이렇게 거대한 연어를 즉석에서 지글지글 굽고 있다!

밖에서 사먹어도 되지만 우리는 옆에 있는 마켓홀 건물로 들어갔다.

 

 

 

 

마켓홀 안의 아기자기한 상점들.

바깥에서는 팔지 않는 식료품들, 빵이나 햄, 치즈 같은 식재료를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다니다가 싱싱한 연어가 올려진 샌드위치에 끌려 마켓홀 가운데의 가게로 들어갔다.

 

 

 

 

 

역시 북유럽이야.

연어의 살결이 쫄깃쫄깃해....

나 같은 연어덕후는 어떡하라구....

(10개월 전엔 갸름했군..............내일부터 다이어트...)

 

마켓홀에서 배를 채우고 나오니 바로 옆에 에스플라나디(Esplanadi) 공원이 있었다.

화창한 날씨 아래 다소 북적이는 관광객들.

나는 근처 가게에 아이쇼핑을 간 K와 J를 기다리며 에스플라나디 공원을 가볍게 걸었다.

공원 한 켠의 레스토랑 테라스에서는 사람들이 음식을 기다리며 햇살을 즐기고,

반대편에는 밴드가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아침의 평화로웠던 카루셀도 좋았지만

낮이 되니 활발한 에스플라나디의 분위기도 좋은걸? :)

 

 

 

 

에스플라나디 공원 한 켠의 여유로운 테라스

 

 

 

으앙 저 노란 자동차 너무 귀여워.....

 

 

 

 

공연을 준비중이던 한 밴드.

아무리 기다려도 공연시작이 아니었는지 계속 튜닝만 해서 끝내 노래 한 곡 듣지 못하고 자리를 일어나야 했다.

 

 

자, 이제 또 아무 계획이 없이 자전거를 타는 오늘의 계획을 따라

또 다음 장소로 움직여 보겠습니다!

 

 

오전 일정 정리 : 히에타라하티 마켓(숙소) → 카페 카루셀 (10분~15분) → 카우파토리&마켓홀 (15분~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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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쉬지않고 불어온다.
지금 저기 올림픽 평화의 문과 몽촌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
시간이 멈춘듯 길게 늘어진 오후를 즐기고 있다.
오사카성공원이나 오호리공원이나 올림픽공원이나 다 비슷할거라 생각하면서.

창립기념일 덕분에 3일 쉬게 된 이번 주 주말.
오사카나 후쿠오카라도 다녀올까 싶어 몇번이나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할까말까하다가
(그래서 주말에 약속도 일절 잡지 않았는데)
어제 빔 결국 가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매일 가는 그렇고 그런 서울 속에서 뭉개고 싶지도 않았다.

요즘 내 마음이 그렇다.
새로운 곳에서 답답한 일상을 시원하게 떨치고 싶으면서도
낯선 곳에서 긴장하고 고생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편안한 곳에 가자니 너무 익숙한 나머지 새롭지가 않고
새로운 곳에 가자니 익숙치가 않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 질팡하고만 있다.

지금 매사가 그렇다.
가능성 있는 것들과 해야할 것들을 다 늘어놓고는 어떤 것을 어떻게 할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하고 또 무엇을 감당하며 무것을 책임질지
나는 머릿속으로 셈이나 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가 왜 그러는 걸까.
어디로 갈지 모르고 갈팡 질팡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다.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땐 페달을 밟고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멈추고 방향을 돌리면 되지만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는데 움직여야만 한다면
가긴 가는데 가다 서다 머뭇거리다 기웃거리다 그런 것이다.
지금 내 삶이 딱 그런 지점에 있는 것만 같다.
이대로 밟아도 되는걸까?
여기서 이제 그만 브레이크를 밟고 유턴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들도 다 지나가게될까?
내가 이런 괴로움 끝에도 그 답을 못찾으면 어쩌나.
시간이 언제나 이런 오후와 같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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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 삶/II. 삶 2017. 5. 8. 00:52



시험이 정말 코앞이라 연휴에 바짝 공부하려고 했는데
연휴내내 미드만 주구장창 봐버렸다.
아 나도 시험 앞에서 이렇게 나태할 수 있구나...
내일 해야지 내일 해야지 하다보니 5일뒤가 시험이네....

 


그건 그렇고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에 다녀왔다.
그 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 <가로수>를 만났다.
<가로수> 말고도 장욱진 화가 특유의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편안한 기운이 오롯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미술관 뿐만 아니라 산에 둘러싸인 미술관 풍경도,
조각공원도, 들판도, 커다란 유리에 햇살이 가득 스며드는 카페도.
작품만큼이나 미술관과 이를 둘러싼 풍경이 아늑하고도 따뜻해서 참 좋았던 곳.

Posted by hone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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